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재무적투자자)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간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어피니티의 손을 들어줬다. 교보생명 풋옵션을 둘러싼 굵직한 두 개의 재판에서 양측이 서로 한 방씩 주고 받았다. 공교롭게도 상대방에 제기한 소송에서 각각 쓴잔을 마셨다.
상황은 더 불투명해졌다. 교보생명은 형사소송 항소심을 기대하는 눈치다. 어피니티는 두 번째 국제중재 판정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승기를 잡기 위한 2차 공방이 불가피하다.
당장의 관심은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IPO(기업공개)의 순항 여부에 쏠린다. 형사소송 유불리가 애초부터 상장심사의 절대적 조건이 아니었던 만큼 IPO 과정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상장 심사 기관이 보는 주주간 분쟁 관련 정성 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양철환 부장판사)는 공인회계사법,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관계자 2인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 회계사 3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교보생명의 기업가치 평가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풋옵션 가격을 부풀려 허위 보고하는데 관여했다는 혐의로 검찰로부터 최고 1년6개월의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2012년 교보생명의 2대 주주였던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로부터 1주당 24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사들인 어피니티는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매수해 달라고 신 회장에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ICC에 제소했다. 매입원가는 24만5000원이었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와 안진 회계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재판을 진행해 왔다.
ICC판정이 지난해 9월 먼저나왔다. 어피니티의 풋옵션 권리가 유효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어피니티가 요구하는 가격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냈다.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로 금융권은 봤다. 이에 따라 이번 형사소송에서 안진과 어피니티 관계자들이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신 회장 측이 3년 넘게 진행된 풋옵션 공방에서 사실상 승리할 수 있었다. 법원이 어피니티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눈은 당장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교보생명 IPO 심사에 쏠린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당시에는 어피니티와의 분쟁 보다 교보생명 실물주권을 포함한 신 회장의 재산이 어피니티 요구로 가압류 상태였던 게 더 문제였다. 주주 간 분쟁은 정성평가이지만 신 회장의 주식이 가압류 돼 있다면 최대주주 주식 의무 보호예수를 할 수 없어 IPO가 아예 불가능했다.
법원이 어피니티가 제기한 계약이행 가처분을 기각하고 신 회장 재산 가압류를 해제하면서 IPO와 관련한 절차적인 제약은 사라진 상황이다. 물론 신 회장과 어피니티의 형사소송은 교보생명 풋옵션 공방의 핵심 소송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O의 직접적인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본다.
교보생명 관계자도 "이번 판결로 안진이 산출한 풋옵션 금액이 유효해지는 것이 아니고 교보생명의 IPO 추진이 무산된다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공정시장가치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IPO"라고 강조했다. 어피니티 관계자도 "IPO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교보생명이 알아서 진행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다만,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상장을 심사하는 한국거래소가 형사소송 등 주주 간 분쟁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낙관적인 관측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교보생명 관게자는 "판결과 무관하게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로의 전환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