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음악 저작권에 한우도 투자…'광고 포인트'까지 줍줍

김상준 기자
2022.03.14 15:04

[MT리포트-슬기로운 '김민지' 세대]전문가들 "투자자 보호 장치 미흡"…정부, 제도권 편입 고민

[편집자주]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서 살아가는 MZ세대는 금융에서도 이전세대와 다르다. 예전처럼 '금융문맹'으로 있다가는 '벼락거지'가 된다는 위기감이 돈다. 파이어족을 꿈꾸며 그들은 1원 단위로 쪼개 금융을 활용한다. 인터넷,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어 똑똑해진 그들이 '金민지(금융+MZ세대)'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0%대에 머무르던 지난해 초 이모씨(29·직장인)는 노래 '저작권' 지분을 사는 투자 방법을 알게 됐다. 이씨는 배당만 받아도 은행에 돈을 예치하는 것보단 낫다고 판단, 당시 방송에서 자주 들리던 아이돌 그룹 노래 한 곡에 투자했다. 1년 넘게 이씨는 연 5%의 배당 수익을 챙기고 있다.

#정모씨(30·직장인)는 온라인 카페에 자신의 '제2 월급 명세서'를 인증한다. 제2 월급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정모씨가 한 달 동안 번 포인트 총액이다. 처음에는 커피 한 잔 값 아끼려고 시작했지만, 돈 아끼는 재미가 붙어 여러 앱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정씨는 매월 초 앱 수익 효율성을 분석해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최근 정씨의 포인트 수익은 월 3만원 수준이다.

'빚투(빚내서 투자)' 등 투자 열풍을 이끈 MZ세대는 기성 세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식 투자는 기본, 노래·미술품·고급 시계뿐 아니라 한우까지 '조각 투자' 한다.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잠깐 시간을 투자해 포인트로 10원, 100원씩 버는 '짠테크'도 유행한다. 재미와 경험을 중시하는 특유의 성향과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경제 현실이 영향을 끼쳤다.

조각 투자는 특정 자산을 다수의 개인이 공동 구매하고 추후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는 투자 방식이다. 대표적인 조각 투자는 노래 저작권 투자다. 투자자들은 특정 노래의 저작권을 '1주' 단위로 산다. 플랫폼 업체 뮤직카우가 경매를 통해 지분을 판매하는데, 투자자들은 향후 공연, 유튜브 등에서 나오는 저작권료를 지분만큼 '배당금' 형태로 받는다. 지분 거래도 가능하다.

고액 실물 자산에 대한 조각 투자도 있다. 명품 시계, 고가 와인, 미술품까지 다양하다. 플랫폼 업체 트레져러는 수천만원대 롤렉스 시계를 1000원부터 투자할 수 있게 했다. 2개월 정도 이를 보관하다 시세가 오르면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준다. 미술품 투자도 비슷한 구조다.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플랫폼 업체 SOTWO(소투)가 유명 작가의 미술품을 공동 구매하고 이후 시세 차익을 투자자와 나눈다.

동물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나왔다. 한우 자산 플랫폼 뱅카우를 통해 소비자는 농가별 송아지를 선택하고 지분을 매입한다. 농가에서 키운 송아지가 경매로 판매되면 수익 중 일부가 투자자 몫이 된다.

짠테크 트렌드도 진화했다. 몇 년 전 광고성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밀면 포인트를 주는 캐시 슬라이드 등이 유행했다면 최근엔 각종 앱에서 진행하는 광고성 이벤트에 참여해 포인트를 얻는 게 추세다. 네이버페이 '포인트 혜택'이 대표적이다. 특정 카드사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특정 업체 상품을 구매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MZ세대들이 새로운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과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꼽힌다. KB금융경영연구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은 MZ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금융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이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고 재미와 흥미를 추구한다고 봤다. 높은 디지털 접근성도 영향을 줬다. 모바일로 진행되는 대체 투자 방식을 더 많이, 빨리 접한다는 것이다.

최근 청년층이 처한 경제 현실도 조각 투자, 짠테크 유행의 원인이다. 얼마 전 고가의 신발에 처음으로 소액을 투자한 사회초년생 이모씨(28)는 "서울에 집을 사고 싶은데 월급으로는 불가능하고, 투자할 데도 없으니 다른 방식을 찾은 것"이라며 "코인은 돈을 잃었던 경험이 있고, 주식은 언제 다시 호황이 올지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조각 투자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수익을 장담할 수 없고 투자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각 투자 업체들이 제시하는 수익률은 홍보를 위해 선택적으로 계산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며 "조각 투자 업체 중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받은 곳조차 없는데 이는 정부의 규제를 사실상 받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혹시나 업체가 파산했을 때 소비자가 보상을 못받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금융당국은 조각 투자 업체들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1호 논의 대상은 뮤직카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증권성 검토위원회'를 통해 뮤직카우의 투자 상품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인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 뮤직카우 상품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결론이 나면 뮤직카우는 금융감독 대상으로 지정되고, 각종 규제를 받는다. 실제 감독대상이 되면 타 업체들도 제도권 안으로 점차 포함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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