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금융지주 수퍼주총데이 뚜껑 열었더니 '찻잔 속 태풍'

오상헌 기자, 양성희 기자
2022.03.26 06:36

지난 24~25일 열린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큰 이변없이 마무리됐다. 개별 금융지주의 사내·사외이사 선임 여부를 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가 이어졌으나 결과적으로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ISS 반대했지만 국민연금은 "찬성"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취임

25일 금융지주 수퍼주총데이의 최대 관심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선임을 위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었다. 지난 14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관련 중징계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함 회장이 패소하면서 주총 승인을 낙관할 수 없는 기류가 형성됐으나 표결 결과 원안대로 통과됐다.

분위기가 반전된 데에는 하루 전 국민연금과 법원에서 나온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하나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 24일 함 회장의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법원도 함 회장이 DLF 중징계 1심 패소 이후 낸 징계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실적·배당 극대화를 위해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경영권 안정을 바라는 외국인 주주들의 성향이 표심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은 기관투자가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함 회장은 앞으로 3년 동안 회장직을 수행하며 하나금융을 이끌게 됐다.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끌다 퇴임한 김정태 회장에게 특별공로금 50억원을 지급하는 안건도 승인을 받았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으나 다수 주주들은 하나금융 퇴직금 규정에 명시된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는 데 동의했다.

KB금융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다섯번째 시도 주총 부결로 또 무산

KB금융은 신임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사내이사인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우리금융도 신임 이원덕 우리은행장을 비상임이사(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원덕 행장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께 완전 민영화한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와 디지털 플랫폼 사업 확대 등을 진두지휘한다.

4대 금융지주 이사회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대부분 주총 승인을 받았다. 반면 KB금융 노동조합의 숙원인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또 좌절됐다. KB금융 노조는 주주제안 방식으로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으나 주총 문턱을 넘지 못 했다. 2017년 이후 이어진 다섯 번째 시도가 무산된 것이다. 사전집계된 출석주식수 대비 찬성률이 5.6%에 그쳤다.

류제강 KB금융 노협 의장은 "김영수 후보를 추천한 건 노조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KB금융에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한 해외사업 부문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다"며 "역량 있는 후보자가 많은 주주들의 동의를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자사주 소각에 분기배당 정례화 "기업가치 제고 주주환원 확대" 키워드

올해 주총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이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겠다고 일제히 밝혔다. 신한금융은 지난 24일 주총에서 자사주 매입과 분기배당을 골자로 하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2년 만에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분기배당도 1분기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배당성향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5.2%로 회복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자사주 매입과 일관된 분기배당을 통해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충족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앞서 KB금융도 2년 만에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우리금융도 이번 주총에서 중간배당 기준일을 명시하는 정관 변경안을 승인하는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23년간 염원해온 완전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게 응원해준 주주들에게 감사하다"며 "최고의 경영성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면서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거듭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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