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을 지칭)인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4월 B시중은행에서 최대 한도인 4억8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대출기간 30년, 원리금 균등상환)을 받아 서울 소재 아파트를 매입했다. 치솟는 집값에 더 미루다간 내 집을 영영 마련하기 어려울 것 같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대출 당시 신규 코픽스(COFIX·자본조달비용지수) 기준 6개월 변동형으로 연 3.16%였던 대출금리는 최근 4.03%까지 상향 조정됐다. 1년 만에 대출금리가 0.87%포인트(p) 오른 것이다.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은 206만원에서 230만원으로 24만원 늘었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도 2472만원에서 2760만원으로 288만원 불었다. A씨는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내야 할 이자가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게 뻔해 걱정이 많다"며 "고정금리로 갈아타고 싶지만 변동금리보다 0.6%p 이상 높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가 빨라지면서 초저금리 기간 은행 돈을 빌린 대출자들이 이자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B시중은행에서 1년 전과 같은 금액, 같은 조건의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신규 차주는 연 4.15%(신규 코픽스 6개월)의 대출금리를 적용받는다. 지난해 4월 대출을 받은 A씨보다 0.99%p(매월 원리금 상환액 27만원)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혼합형 고정금리(5년 고정 후 변동금리) 금리 역시 같은 기간 연 3.68%에서 4.65%로 0.97%p 올라 매월 원리금 상환액이 27만원 이상 늘었다. 작년 8월 이후 한국은행이 이달까지 0.25%p씩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0.50→1.50%)하면서 주담대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뛴 영향이다.
지난 14일 한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시중금리에 본격 반영되면 대출금리 뜀박질에 더 가속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14일 현재 변동형이 3.18~5.30%, 혼합형(고정형)이 3.90~6.45% 수준이다. 고정형 주담대 상단 금리는 지난달 29일 6%를 넘어섰고, 불과 보름 만에 6% 중반대로 진입했다.
10년 남짓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한 국내 물가 급등세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모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에 채권시장에서 '금리 발작'이 일어난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 고정금리 주담대 지표금리인 금융채(5년물)이 덩달아 크게 뛰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팬데믹(코로나 대유행) 기간 중 한은의 첫 기준금리 인상 직후인 지난해 8월 말 2.92~4.42%에서 약 8개월 만에 상단금리가 무려 2.03%p 상승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건 미 연준과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에 따라 대출금리 최고 연 7%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변동금리 주담대도 다음주부터 일제히 오른다. 은행연합회가 15일 발표한 3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월에 비해 0.02%p 상승하면서다.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의 신규 코픽스 연동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18일부터 각각 0.02%p씩 상승해 △국민은행 3.42~4.92% △우리은행 3.65~4.86% △농협은행 3.20~4.40%가 적용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주요 은행들이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다음달 발표되는 4월 코픽스도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곧 5% 중반대를 넘어 6%를 향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가계 이자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 1756조원(신용카드 사용액 포함시 1862조원)을 기준으로 변동금리 대출 차주는 전체의 76.5%에 달한다. 4명 중 3명은 금리 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이달 기준금리 인상폭(0.25%p)만큼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대출자 1인당 16만원꼴로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 이후 4차례 기준금리가 인상(1.00%p)된 8개월 동안 불어난 가계 이자부담액은 단순 계산으로 13조원이 넘는다. 1인당 이자부담 증가액은 약 65만원 수준이다.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로 0.50%p 올라 연 2.00%에 도달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액은 약 20조원 가량으로 커진다. 차주 1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이자부담액은 약 100만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