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버티던 손보, 車보험료 인하 전격 결정한 이유

김세관 기자
2022.11.12 06:18
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

손해보험업계가 상반기 자동차보험료를 1.2~1.4% 내린지 반년여 만에 또 한 번의 인하를 검토 중이다. 필수 보험인 자동차보험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도 포함돼 있다. 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당국과 정치권의 인하 압박이 지속됐었다. 손보업계는 완곡하게 거부했다. 전례없는 한 해 두 번의 보험료 인하를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나 자동차 보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당국과 정치권의 뜻에 동참하기로 했다. 버티던 손보사들이 한 해 두 번의 인하를 결정한 배경은 무엇일까.

8·9월 침수 피해에도 사상최고 실적…인하 압박 방어 논리 사라져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뒤 3~4개월 뒤인 지난 8월 금융당국은 추가 인하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침 당시 공개된 올해 상반기 주요 손보사들의 실적도 역대급이었다. 국내 5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이 2조5843억원을 기록했다. 5대 손보사 상반기 순익 합이 2조원을 넘긴 건 처음이었다.

7월까지의 누적 손해율도 삼성화재 76.9%, 현대해상 78%, DB손해보험 76.3%, KB손해보험 76.4%였다. 사업운영비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80% 안팎으로 여겨진다. 개선된 손해율을 바탕으로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6264억원의 자동차보험 부문 흑자를 냈다. 역시 상반기 기준 최고 실적이었다.

다만, 8월과 9월 연달이 발생한 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자동차 침수피해가 이어지면서 좋았던 손해율이 곤두박질 칠 우려가 제기됐다.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불가 입장을 대표하는 방어 논리가 됐다. 금융당국의 요청도 다소 힘을 잃었다. 실제로 8월과 9월 주요 손보사의 월별 손해율은 80~86%까지 치솟았다.

다만 손해율 상승은 일시적으로 끝났다. 누적 손해율은 여전히 76~78%로 양호한 상황이 지속됐다. 아직 최종 집계전인 10월 손해율도 우려보다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5대 손보사들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이 사상 최초로 3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과 역대급 순익을 고려했을 때 손보업계가 보험료 인하 불가를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된 것으로 분석된다.

11월 검토 시작, 실제 인하는 내년 초 유력…1년에 두번 인하 부담은 덜어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시기도 손보업계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건 한 해 두 번의 보험료 인하였다. 선례가 돼 앞으로 상반기 손해율이 좋으면 하반기에 보험료 인하 요구가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인하 결정이 연말로 구분되는 11월에 됐고, 어느 정도의 보험료 인하가 가능할지 검토도 이제 시작됐다. 해를 넘겨 인하 방안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한해 두 번의 인하는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자동차보험에서 수 조원의 손해를 봤지만 인상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당국과 정치권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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