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고환율에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500원대를 넘보는 이례적인 환율에 주요 금융그룹 회장이나 행장들은 평소보다 환율 언급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1457원에 마감했지만 연말연시 외환위기 수준의 고환율에 은행들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국내 은행 가운데 외화자산이 가장 많은 하나은행은 최근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헷지회계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헷지회계란 환율 등 특정 위험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줄이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적용되긴 하지만 최근 환율 리스크가 커지면서 훨씬 더 면밀하게 대응한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고환율 리스크 관리 담당부처들이 위기단계를 '주의' 단계로 판단하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위기단계가 한 단계 높은 '경계' 이상으로 판단되면 리스크그룹장이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외환시장 변동 상시 협의체 운영을 통해 매일 환율 및 금리변동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금융그룹 회장이나 행장은 최근 환율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시장과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주주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요 금융그룹 회장이나 행장이 환율에 대해 언급했다가 자칫 더 예민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선 다들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A금융지주 회장은 환율로 인한 자본비율 하락과 자산 매각 등을 언급했다 회사에 부담을 안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은행권에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 자본비율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1400원대 환율도 은행권엔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보통 환율이 오르면 위험가중자산(RWA) 값이 커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낮춘다.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CET1을 유지하려면 은행은 부동산 등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이익지표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환율이 예상보다 높지만 아직 위기 상황까진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현재 내부에선 이런 고환율이 더 오래 지속될 경우 은행에도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