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 부담 없이 '주니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기존에 발의된 법안이 정부의 지원금을 전제로 한 것과 달리, 부모가 아동·청소년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한 증여세 면제와 이자·배당소득 비과세만 담겨 법안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주식·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자녀세대의 장기적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한 '주니어 ISA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금융투자협회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은 자산시장 육성을 위해 세제혜택을 담은 주니어 ISA 도입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
현행 ISA는 장기투자 상품임에도 제한적인 세제 혜택으로 투자 자금의 확대가 어렵고, 성인 및 근로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19세 미만 자녀들을 위한 ISA(이른바 '주니어 ISA')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개정안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주니어 ISA에 가입해 연 360만원(월 평균 30만원 수준) 한도로 납입하는 경우 19세가 되는 날까지 적립금에 대한 증여세를 면제하고 해당 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 등을 비과세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주니어 ISA 납입금액(월 평균 30만원)은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가구 월평균 처분가능소득(434만9000원)의 5~10%(21만7000~ 43만5000원) 사이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설정했다. 신한은행이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유자녀 가구의 저축·투자·예비자금 평균 금액은 월 55~62만원이란 점도 고려했다. 30만원이면 일반 국민의 일상적 소비를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으면서 자녀의 장기적 자산 형성 지원이 가능한 적절 수준이란 판단이다.
해외 주요국들도 주니어 ISA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영국의 '주니어 ISA(JISA)'는 만 17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며 연간 9000파운드(약 1800만원) 한도로 모든 이자와 배당,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 중이다. 일본의 '미성년자 NISA'도 만 17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며 연간 60만엔(약 560만원), 평생 한도 600만엔(약 5600만원)까지 비과세 적용한다.
현재 국회엔 '주니어 ISA' 도입과 관련된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모두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임광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6월 발의한 '우리아이자립펀드법'은 출생부터 만 18세까지 국가가 월 10만원씩 펀드 납입금을 지원하고 부모는 월 최대 10만원을 납입해, 만기 시 최대 7700만원가량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만 8세 미만에게 매월 지급되는 아동수당 10만원에 지원이 추가되는 것이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주니어 ISA' 법안은 아동수당 중복 지급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가입 자격을 만 8세~만 18세로 한정했다. 매월 10만원의 정부 지원금이 지급되고 부모는 월 최대 20만원까지 납입 가능해 자녀 1인당 최대 약 4000만원까지 자산 형성을 가능케 하는 내용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임 의원 안과 최 의원 안은 5년간 각각 약 35조5000억원, 26조8000억원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기획예산처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단 분석이다. 또 두 법안 모두 아동수당과 관련한 아동복지법과 연계돼 있어 법안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공약으로 '우리아이자립펀드'를 발의한 가운데, '주니어 ISA'를 계좌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금투협 관계자는 "임 의원 법안은 전용 운용사를 별도로 등록하게 돼 있는데 복잡하기 때문에 주니어 ISA 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의원은 "우리나라도 해외 주요국들처럼 주니어 ISA 제도를 도입하면 자녀 세대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조기 경제 교육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안착 시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건전한 장기 투자 문화 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