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주식시장은 "국가가 공인한 도박판 아니냐"는 씁쓸한 반응이 나온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단일종목 ETF(상장지수펀드)의 하루 매매회전율이 1200%인 적도 있다. 하루만에 전체 물량의 12차례 거래된 것이다. 삼전닉스 ETF는 출시 한달만에 시가총액 14조원을 돌파하며 블랙홀처럼 돈을 빨아들인다.
'초대박 흥행'에 증권사 수수료 수입만 연간 최대 1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에서 "이자장사" "잔인한 금융"으로 두들겨 맞은 5대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4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증권사의 가장 큰 리스크(위험)는 공휴일"이란 말까지 나온다. 하루라도 휴장하면 거액의 수수료를 벌 기회가 날아가서다. 이찬진 원장은 대놓고 '도박판의 뽀찌(도박에서 번 돈의 일부를 주변에 나눠주는 것) 뜯는 사람'에 비유한다.
신용융자, 증권담보대출, 신용대출과 레버리지 기반 개인투자금이 419조원으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28조원 급증했단 분석도 제기된다. '빚투' 광풍으로 가계대출 총량규제(연간증가율 1.5%)를 위반한 은행도 속출한다. '부동산 금융' 절연을 위해 주택대출을 묶었지만 정작 신용대출이 폭증해서다. 100조원 가까이 풀린 마이너스통장이 근원지다. 한도성 대출은 은행이 사후적으로 막을 길이 없다. 보험계약도 깨고 증시로 이동하는 판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과 보험, 카드사를 줄줄이 소환해 "똑바로 관리하라"고 야단치고 있지만 속 타들어 가는 건 금융회사가 더하다.
이재명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표방하고 증시 정상화를 추진했다. 부동산으로 쏠렸던 가계대출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지만 이게 생산적 금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삼전닉스 ETF로 한 달만에 수십조원이 쏠린다고 한들 삼성전자 반도체 증설이나 SK하이닉스 HBM 연구개발 비용으로 단돈 1원도 안 들어간다. '반쪽짜리' 자본시장(유통시장)에선 투자자 주머니에서 다른 투자자 주머니로 돈이 옮겨갈 뿐이다. 정작 사람을 채용하고 공장을 짓고 기술개발에 쓰일 '진짜 돈'을 조달하는 발행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 원장도 공개적으로 "머니무브 정책이 유통시장에 국한해 돈을 옮기려고 이 난리를 피운건 아니다"고 한탄한다.
더 무서운 것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생산적 금융' 외피를 두룬 유통시장의 광풍을 막지 못하면 결국 주식으로 번 돈이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갈 것이다. 정부가 가장 원치않는 머니무브 시나리오다. 이 난리를 피우려고 머니무브 한 게 아니라면, 지금 누군가는 삼전닉스 ETF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고, 누군가는 자본시장 정상화를 전면 재설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