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창조경제 3년차다. 이제부턴 그동안 추진한 다양한 정책들의 성과를 기대해볼만 한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창업·벤처에 대한 관심과 시장의 반응이 높아지면서 양질의 기술창업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청장은 "15년 전의 벤처붐을 떠올리며 최근 창업 열기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지금 창업 기업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없이 오히려 '한류'로 인한 '코리아 프리미엄'을 갖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청장은 "15년 사이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이 부상해 많은 창업·벤처 기업들이 시작부터 내수시장뿐 아니라 곧바로 글로벌시장을 무대로 삼을 수 있는 상황도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 청장은 "다만 지금까지는 창업지원과 벤처캐피털 투자에 있어 정부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최근 자리 잡고 있는 '팁스'(TIPS, 민간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와 엔젤 투자,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시장 주도형 창업 생태계를 더욱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대담=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장, 정리=김하늬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최장수' 중소기업청장이 됐다. 지난 2년 4개월에 대한 소회는.
▶중기청장을 지내는 동안 가장 큰 화두 두 가지는 '창조정책과 균형정책'이었다. 창조경제를 일구기 위한 창업·벤처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취임 첫 해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대책'은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만 해도 1조원에 육박하고, 우수인력이 중기청의 기술창업프로그램인 '팁스'(TIPS)로 유입되는 등 반응이 좋다.
반면 '균형'정책은 조금 미흡한 점이 있다. 시장의 불균형과 불공정을 바로 잡는 균형정책은 구조적이고 관행적인 부분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불공정 행위를 신고한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이 보복할 경우 즉시 정부사업 입찰참가를 금지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나 '공공조달 최저가 낙찰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고, 꾸준히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지난 2년간 벤처·창업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올해부턴 창업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핵심 추진 정책은 무엇인지.
▶벤처·창업 정책은 '창업-성장-회수-재투자'의 사이클이 이뤄져야한다. 하지만 우리 시장은 회수와 재투자부분이 약한 편이다. 초기 창업기업과 소규모 중소기업의 충분히 '성장' 이 담보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서다.
이들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유통·판로의 애로사항에 대해 알아봤다. 기업간거래(B2B)는 경우 납품 단가문제를, 소비자간거래(B2C)는 유통채널의 불공정성문제를, 그리고 정부간거래(B2G)의 경우는 공공조달시장 최저가입찰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기엔 초기 부담비용과 리스크가 크다보니 작은 규모의 기업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벤처·창업기업과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창업펀드 등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인데.
▶IPO를 통해 자금을 일부 회수하고 재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야한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을 분리하고 코스닥시장 진입장벽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선도적인 기능을 해야 코넥스시장도 살아날 수 있다.
대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의 주요 대책 중에서 중소기업의 기술보호가 들어가 있다.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처럼 대기업들이 M&A 검토를 빌미로 중소기업의 기술 여력과 재무상황을 훑어본 이후 기술이나 핵심인력을 손쉽게 빼 갈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징벌적배상제도 도입한 지 4년째지만, 아직까지 신청은 한 건도 없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기술보호지원법을 시행하고 있고, 올해부터 중재조정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취임 초부터 추진해 온 재도전 정책은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기업이 재도전할 수 있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재도전센터를 열고 다양한 교육과 멘토링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연대보증 부담을 해소했다. 성실실패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실패기업의 과거 족쇄를 풀어주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 중에 있다.
- 지난주 '팁스 타운'이 문을 열었다. 중기청이 기대하는 효과는
▶팁스는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우수한 전문인력이 창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2013년 발표한 민간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 '팁스'는 민간에서 1억원을 유치하면 최대 9억원까지 지원해주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이 파격에 대해 '너무 많이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상대는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의 테크시티와 같은 최우수 창업인력의 집적지다. 기회비용이 높은 우수 전문인력을 창업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선 실패해도 얼마든지 재도전할 수 있는 충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집적 공간인 '팁스 타운'은 창업자와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유관기업 등 기업가, 여러 전문 인력들이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멘토링, 코칭 등 밀접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조성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만나고, 이야기하고, 소통하면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창업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중국은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움직이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 잘 개발된 게임을 헐값에 팔았다가 중국에서 '대박'을 쳐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사례를 봐 왔다. 우리가 중국시장에 직접 진출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발효를 앞두고 있는 현재, 우리가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시기는 최대 5년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삼는다는 '차이나 레버리지'와 중국시장에 잠식된다는 '차이나 블랙홀'의 두 가지 상반된 전망 가운데 전자를 준비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부터라도 중국시장을,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대비한다면 기회가 있다.
-지난 14일 개국한 공영홈쇼핑 '아임쇼핑'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크다.
▶아임쇼핑은 중계수수료를 낮춰 벤처·창업기업과 소규모 중소기업도 부담 없이 판로로 활용하기 위해 출범했다. 수익성보다 공익성에 더 치중했고, 초기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2년까지는 적자를 감안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3년차부터는 흑자전환에 대한 자신이 있다. 오는 10월부터는 통합유통플랫폼을 내놓고 TV홈쇼핑뿐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사이트까지 연동할 계획이다. 아임쇼핑이 출범 3년차에는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출범 5년 차인 2019년에는 매출 1조원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중견기업특별법이 제정된 지 1년이 됐다. 앞으로 추진한 관련정책은 무엇인가
▶아직도 대부분의 법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이렇게 이분돼있다. 중견기업특별법이 지난해 제정됐지만 말 그대로 '특별법'적인 성격이 강해서다. 중견기업의 지위와 별도의 지원책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견기업 특별법의 골자인 명문장수기업인증제도는 아직도 국회 계류돼 아쉬움이 있다. 단순히 '부자감세'로 보기보다 혜택과 사회적 책임이 양립 가능한 기업 풍토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 온 장수기업에 대한 인정과 혜택은 모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