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공룡과 쥐의 대결…승자는?

강경래 기자
2016.07.13 06:00

"공룡이 쥐 때문에 멸종했다고?"

A는 창업을 선택했다. 국내 유수 대학의 공대 4학년에 재학 중으로 삼성·LG 등 전자업종 대기업에 충분히 입사할 수 있는 충분한 '스펙'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A는 졸업반인 친구들과 함께 '드론'(무인항공기)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공동 설립했다. 회사 지분도 보유했다. 그는 회사가 커질 경우 자연스럽게 'CTO'(최고기술책임자) 직함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자는 우려했다. 드론은 이미 글로벌 대기업들이 장악한 분야. 특히 DJI와 SYMA, MJX 등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했다. 하지만 그는 '공룡이 멸종한 이유'를 들며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이유에 대한 여러 학설이 있다. 거대한 화산 폭발로 인근에 있던 공룡이 먼저 죽고, 이때 방출된 화산재가 지구 전체 하늘을 덮어 나머지 공룡들이 저체온증으로 멸종했다는 설이 있다. 빙하기가 찾아와 추위에 떨며 죽었다는 설도 있다. 거대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며 그 충격파로 사라졌다는 설도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이 포유류가 등장하며 멸종했다는 설이다. 쥐를 포함한 작은 포유류들이 공룡이 낳은 알을 모조리 먹어치웠기 때문이라는 것. A는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출시한 드론을 보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수동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우린 드론에 인공지능을 넣어 차별화할 것이다. 대기업은 결국 우리 같은 스타트업 때문에 망할 것이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혁신이 더딜 수밖에 없다."

A는 시작부터 해외시장을 노렸다. 특허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만 출원한 상태다. 자금 역시 해외 크라라우드펀드로부터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국내시장에서는 더이상 어떤 사업을 해도 가망이 없을 것"이라는 게 A의 설명이었다.

'대마불사'(大馬不死)가 무너지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자동차 등과 함께 국내 수출산업의 한 축을 이뤘던 조선과 철강. 이 가운데 조선은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철강은 중국 등 해외 업체들에 가격경쟁력에서 철저히 밀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자동차 등 나머지 수출산업 역시 중국 등 추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무려 54조원을 투입, 한국이 부동의 1위를 내달리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디스플레이는 이미 비오이와 차이나스타 등 중국 업체들이 삼성과 LG 등 한국 기업들의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청년들 상당수는 여전히 창업, 혹은 유망한 강소기업에 입사하려는 것이 아닌, 전자와 자동차 등 검증된 대기업 입사만 맹목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 부족률은 2.7%로 대기업(1.0%)에 비해 2배 이상이다. 대기업의 연간 부족 인력은 약 2만1000명인 데 반해 중소기업은 23만명에 달한다. 대기업이 안정적이고 돈도 많이 준다는 판단에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비록 소수일지라도 A와 같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글로벌 대기업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의식 있는 청년들이 있어 '한국의 미래가 밝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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