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년부터 적자나도 기술력 있는 中企 정책자금 받는다

전병윤 기자
2016.10.04 05:00

예외 대상 '한계기업' 기준에 기술력·성장성 등 반영…수천개 기업 좀비 낙인 벗고 재기 모색 기대

내년부터 기술력이 우수하거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중소기업은 적자를 내고 있더라도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기준을 기술력 중심으로 재정립해 그동안 취약한 재무상황 탓에 소외됐던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기업을 정책 수혜 대상에 대거 포함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새로운 기준을 금융권의 신용위험평가에 확대 적용, 그동안 한계기업으로 낙인 찍혀 신용경색에 빠진 중소기업도 상당수 구제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정부 및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현행 중소기업의 정책 자금 집행 시 제외 대상으로 규정한 '한계기업' 기준을 기술성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중소기업 지원 공공기관과 산업은행·기업은행과 7개 시중은행이 설립한 한국기업데이터가 중기청의 의뢰로 지난 7월부터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기업데이터는 650만개에 달하는 기업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행 한계기업 기준을 중소기업 특성에 맞도록 개선할 것을 주문받은 뒤 예산을 확보해 중소기업의 기술·신용정보 DB를 가진 한국기업데이터에 용역을 의뢰한 상태"라며 "11월 보고서가 나오면 관계기관과 전문가 협의를 거쳐 내년 중소기업 정책자금 공고문에 새로 마련한 기준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진공 등 중소기업 집행기관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이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창업 5년 초과)을 '한계기업'으로 판단, 정책자금 융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기도 어려운 기업은 돈을 떼일 확률이 크다고 보고 일률적으로 정책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 지원 공공기관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재무상태가 들쑥날쑥하지만 시장에서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받는 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며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자보상배율과 같은 재무적 기준으로만 판단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준은 종전의 재무적 안정성 지표뿐 아니라 성장성과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선 별도 평가할 수 있는 보조지표를 개발해 종합 평가하는 방식을 골자로 한다.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상당수 중소기업이 정책자금 수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비금융 법인 2만7995개 업체 중 한계기업(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은 3471개다. 이 중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중소기업은 2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절반가량이 구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금융권의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에 새로운 지표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책 자금에 우선 적용한 뒤 은행권 도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은 매년 7월부터 10월까지 신용공여액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는데 C와 D등급을 받은 기업에 대해 각각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추진한다. 지난해 175개 중소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 평가시 공신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금융권과 공유해야 기술력 있는 업체가 '좀비기업'이란 낙인에서 벗어나 재기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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