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육업계에 번진 '기술·인력유출' 범죄

이원광 기자
2017.05.22 04:00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기술·인력유출’ 사건이 교육업계에서 재연됐다. 경찰은 최근 A사의 대외비 자료를 경쟁사 B사에 넘긴 혐의(저작권 위반 등)로 ‘일타강사’이자 A사 이사였던 박모씨(42)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로 인해 자연계 교육시장에서 3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던 A사의 영업전략이 담긴 자료와 교재 등이 B사로 흘러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B사는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3개월여 후인 2015년 11월 비슷한 자연계 교육브랜드를 출시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이 이 같은 범행에 공모했다는 의혹도 기존 기술·인력유출 사건과 유사하다. B사는 설립 후 수차례 자금조달과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연매출 3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하며 일명 ‘교육업계 M&A 공룡’으로 불렸다. B사의 매출규모는 수능 교육시장 1위 업체 이투스교육(2401억원)보다 크다.

B사 공동대표 이모씨(44)는 이 같은 범행과 A사에 대한 M&A 공모 등의 대가로 박씨 등에게 수십억 원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를 받고 있다. B사 측은 “정상적인 계약에 따라 금액을 지급한 것”이라며 혐의를 일절 부인했다.

이번 사건으로 자연계 교육시장에서 주목받던 A사는 1년여 만에 위기를 맞았다. 2015년까지 자연계 교육시장에서 2위를 유지하던 A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66% 감소한 매출액을 기록했다.

교육업계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고 입을 모았다. 강사나 직원들이 이적하는 과정에서 물증이 없어 대응하지 못한 대외비 자료 유출 및 뒷돈 거래 의혹 등이 수차례 있었다는 것. 일부 업체가 유사한 시스템과 콘텐츠, 강사진을 내세워 시장에 뛰어들어도 뾰족한 수 없이 시장점유율을 내줬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중소기업의 기술·인력유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12월 ‘불공정거래 심사지침’을 개정하고 기술·인력유출로 피해기업의 사업이 ‘현저히’ 곤란해진 경우를 위법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를 ‘상당히’ 곤란해진 경우로 고쳤다.

경찰도 기술·인력유출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박씨의 사무실과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혐의 입증에 만전을 기했다고 한다. 교육시장을 교란하는 기술·인력유출이 근절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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