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찮은 보일러 교체 지원사업

신아름 기자
2017.07.10 04:00

[기자수첩]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닙니까.”

최근 만난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현재 시행하는 ‘저녹스 보일러 교체 지원사업’의 실효성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운영 방식 때문에 자칫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저녹스 보일러 교체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가정용 일반 보일러를 ‘저녹스(NOx·질소산화물) 보일러’로 교체하는 경우 1가구당 1대의 교체 비용 16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크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의 설치를 지원함으로써 대기환경 개선 및 에너지 절감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좋은 취지의 사업이지만 현재까지 실적은 신통찮은 모습이다. 여기엔 지원 모델을 콘덴싱보일러로 국한하는 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운영 방식이 자리한다. 콘덴싱 보일러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일반 보일러의 20% 수준으로 낮추고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보일러다. 하지만 일반 보일러 대비 30%가량 비싸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저소득층 입장에선 보조금을 일부 받는다고 해도 당장 피부로 느끼는 이점이 없는 콘덴싱보일러로의 교체를 선뜻 택하기가 쉽지 않다.

또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하기 위해선 건물에 응축수 배관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는 점도 사업의 활용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응축수 배관이 설치된 건물은 최근에 지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할 필요성이 큰 낡은 건물과 그곳에 거주하는 가구들은 애초부터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정부가 보급 확대를 지원하는 친환경 보일러가 꼭 콘덴싱보일러일 이유는 없다. 일반 보일러 중에도 콘덴싱보일러 수준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인 제품이 있다. 이들 역시 친환경 제품이면서 가격은 콘덴싱보일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번 사업의 지원 범위를 저녹스 친환경 보일러 제품군 전체로 확대한다면 사업의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환경 보호라는 당초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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