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사태, '제2의 물티슈' 안되려면

신아름 기자
2017.08.28 04:29

[기자수첩]

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한 대학 연구진이 시중 생리대를 수거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발암물질로 알려진 휘발성유기화합물(TVOCs) 등 유해물질 22종이 전 제품에서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시험군 중 가장 많은 양의 TVOCs가 검출됐다는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제품은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릴리안 제품을 쓰고 부작용을 겪었다는 사례들이 확대·재생산되고 이들 사용자가 주축이 돼 깨끗한나라를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이어지며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전 제품 환불에 이어 생산 및 판매 중단이란 결단을 내리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부도덕한 기업’이란 낙인만 찍혔다.

그러나 이번 생리대 사태는 깨끗한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리대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 대학 연구진이 시험의 재료로 사용한 생리대 제품은 다수 제조사의 10종이다. 연구진은 검사결과 이들 제품 모두에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TVOCs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제품 어느 것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이들 유해물질이 어느 정도나 검출돼야 인체에 유해한지, 실제로 인체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다. 제조과정상이나 사용상 기준 모두 전무하다. 기업들이 여태껏 지금과 같은 유해물질을 포함한 생리대를 만든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이번 생리대 유해성 논란과 관련한 비난의 화살을 기업에만 돌리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우지 파동’ ‘물티슈 사태’처럼 자칫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한 채 기업만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보다는 지금껏 숱한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만드는 데 소극적이었던 관계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성단체가 일회용 생리대에서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모든 성분에 대해 검증을 요구한 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정부가 이에 대해 응답하기 시작한 건 겨우 지난해부터다.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대처했다면 지금의 생리대 사태는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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