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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전자과에서 신호처리 분석을 전공하고 서울대 뇌인지과학 석사 과정에서 사람의 뇌파 신호를 분석하던 연구원이 공장의 시끄러운 기계 소음에 귀를 기울인 배경은 무엇일까. 이수지 디플리 대표는 2017년 사운드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디플리를 창업해 산업용 음향 AI 솔루션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이 대표는 "뇌파와 음향 모두 시계열 신호라는 면에서는 동일하다고 생각해 소리에 의미를 더한다는 비전으로 창업에 나섰다"며 "초기에는 아기 소리나 헬스케어 음향 등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2024년부터 제조 현장의 설비 소리를 분석하는 곳에서 기술의 확장성을 발견하고 이 분야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디플리의 핵심 솔루션은 공장 내부의 거대한 소음 속에서 기계의 미세한 불량음을 잡아내는 '리슨 AI'다. 100데시벨(dB)에 달하는 환경에서도 1.77dB 수준의 불량 신호를 식별해 낸다. 이 대표는 "단순한 주파수 분석을 넘어, 원하는 타깃 소리만 남겨두고 주변의 수많은 소음을 디노이징(Denoising) 기술로 떼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리슨 AI 솔루션은 비접촉 방식으로 1초 미만의 시간에 99.78% 정확도로 불량을 판별해내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리슨 AI는 숙련공에 의존하던 품질검사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일부 제조업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기계 소리를 직접 듣고 튀는 소리나 이음을 판단하는 청각 이음 공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의 귀가 정교하더라도 온종일 시끄러운 환경에서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주관이 개입되고 수율이 들쭉날쭉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디플리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들은 기계처럼 일관되고 객관적인 품질 유지 효과에 만족해하며 적용 공정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건비 절감은 물론 객관적인 로그 관리를 통한 촘촘한 공정 개선까지 끌어내고 있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 결함을 소리로 잡아내는 데도 탁월하게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용접 공정의 경우 일정하게 나야 할 소리 대신 불규칙하게 튀는 소리를 감지해 내부에 기포가 생기는 불량을 실시간으로 찾아낸다. 기포가 생기면 겉보기엔 멀쩡해도 추후 치명적인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외관 검사로는 파악하기 힘든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셈이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보통 막대한 인프라 공사를 요구하지만 디플리는 현장 안착 과정이 매우 매끄럽다. 공정마다 마이크 센서와 딥러닝 PC를 설치하면 이를 기존 생산관리시스템(MES)이나 PLC와 연동해 공장 전체 모니터링 시스템에 통합한다. 이 대표는 "연동 과정이 API처럼 구성돼 있어 현장 담당자가 복잡한 로드 없이 짧은 시간 안에 턴키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플리는 현재 국내에선 완성차 계열사부터 반도체 라인, 가스 및 철강을 생산하는 대형 설비 인프라 기업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디플리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동화율이 높고 인건비가 비싼 미국과 일본에 우선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가 디플리 솔루션을 도입해 역으로 본사에서 도입 문의가 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기업의 한국 지사가 디플리 솔루션 도입 이후 혁신 사례(유즈케이스)를 본사에 보고하면서 별도의 마케팅 없이 고객사 문의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보수적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에서는 장기적 관점으로 기술 검토와 시연을 선보이며 고객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일본 기업들의 경우 워낙 오랜 시간을 두고 분석 검사를 길게 진행하는 특징이 있다"며 "수년간 비즈니스 초점을 맞춰가며 꾸준히 기술 검토를 진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5만 시간 이상 축적한 음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플리는 범용적인 사운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향후 제조 조립 공정을 넘어 용접, 절삭 가공은 물론이고 항공우주 및 국방 분야까지 '머신 히어링'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과거 음향 기반 센서 기술은 독일이나 일본이 앞섰지만 여기에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결합하는 역량은 우리가 가장 뛰어나다"며 "앞으로 제조 설비 분야 글로벌 최고의 음향 AI 회사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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