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이어 키움·신한·KB도 벤처에 '뭉칫돈' 푼다…민간모펀드 봇물

김진현 기자
2026.04.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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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모펀드 현황/그래픽=윤선정

은행과 증권사 계열 투자사들이 민간모펀드 조성을 잇달아 추진하며 벤처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키움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KB자산운용 등 대형 금융지주 계열 벤처캐피탈(VC) 및 자산운용사가 앞다퉈 모펀드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나선 것이다. 벤처펀드를 결성해 개별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하위 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 투자'로 금융권의 벤처투자 지형도가 크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발행어음 자금을 벤처로"…키움인베·하나증권 출격 대기

22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인베스트먼트는 올 상반기 중 약 1000억원 규모의 민간모펀드 출자 사업을 공고할 계획이다. 현재 모펀드 결성액은 논의 단계로, 2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민간모펀드 운용을 위해 최근 한국벤처투자에서 출자사업과 컴플라이언스 등 업무를 수행했던 인력을 영입했다. 모펀드의 주요 재원으로는 관계사 자금이 활용될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올해 1조원가량의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이 조달 자금 중 10%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25% 이상을 벤처·중견기업 등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 자금을 모펀드에 출자하며 재간접 투자를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하나증권도 최근 생산적금융지원팀을 신설하고 2000억원 규모의 모펀드 조성을 마쳤다. 발행어음 조달 금액의 10%가량을 모펀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2분기 중 공고를 내 자펀드 운용사를 모집할 예정이며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지역 벤처생태계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사가 발행어음 사업으로 조달한 자금을 모펀드 형태로 운용하는 사례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어음으로 확보한 자금은 본질적으로 고객에게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부채 성격을 지니는 반면, 일정 부분 모험자본 투자 의무를 부담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자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구조를 통해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 점차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WA 400%' 규제 우회로…금융지주 VC 합류 가속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5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6.4.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은행 계열 지주사들은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와 맞물려 모펀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생산적 금융은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담보대출 등에 쏠린 금융 자금을 첨단산업으로 유도해 국가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취지로 추진 중인 정책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2023년 하나벤처스가 모펀드 시장에 진출할 당시에도 정부의 벤처생태계 조성 방안에 맞춘 그룹 차원의 참여가 있었다"며 "최근 은행 계열 투자사의 모펀드 진출 역시 생산적 금융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인 신한벤처투자가 내부적으로 모펀드 결성을 준비 중인 가운데, KB금융은 KB자산운용을 앞세워 모펀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벤처투자는 인력 채용 단계로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KB자산운용은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상반기 중 자펀드 모집에 나설 방침이다.

2023년부터 선제적으로 시장을 개척해온 하나벤처스는 최근 한국벤처투자 출신 인력을 보강하며 출자자(LP)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하나벤처스는 4년간 총 4000억원 규모의 모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며, 올해 1000억원을 운용할 자펀드를 상반기 중 모집할 예정이다.

모펀드를 선택한 또 다른 핵심 배경은 자본 규제다. 은행 등 금융사가 벤처투자에 직접 나설 경우 위험가중자산(RWA) 비율이 크게 치솟는다. 현행 규정상 업력 5년 미만이거나 보유기간 3년 미만인 기업에 대한 투자는 '투기적 거래'로 분류돼 최대 400%의 RWA 가중치가 적용된다. 자기자본 건전성(BIS) 비율 관리가 지상 과제인 금융지주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반면 간접 투자인 모펀드 방식을 통해서는 RWA 비율을 관리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을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정책성 펀드 출자 및 투자에 대해 RWA 100%를 적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모펀드를 통해 자펀드를 정책성 펀드와 매칭하게 되면 RWA 관리 부담을 기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정책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로서는 규제 리스크를 피하면서 벤처 생태계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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