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히 똑똑한 직원들도 명석하기가 견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한성 한국능률협회 경영기획실 실장은 22일 숙환으로 별세(향년 101세)한 고 송인상 명예회장을 이 말로 추억했다. 고인은 '건국 1세대' 산증인이자 대한민국 경제 도약의 주역으로서 재계의 큰 어른으로 통했다.
이 실장은 "단순히 경제정책 수장을 지낸 이력 때문이 아니라 숫자 같은 것에 기억력이 남다르셨다"며 "인자한 성품으로 직원들을 다독이고 보듬어주셨다"고 말했다.
능률협회 회장 근무 당시 고인을 20여년간 모셨다는 김수영 효성 상무는 "봉사단체인 국제로터리클럽 활동에 열심이셨다"며 "평소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셨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강원도 회양 출신으로 선린상업학교와 경성고등상업학교(서울 상대 전신)를 졸업했다. 탁월한 외국어 실력에 풍부한 식견, 준수한 외모까지 갖춰 '재계의 신사'로 통했다.
재무부 이재국장과 한국은행 부총재를 거쳐 1957년 부흥부(전 경제기획원) 장관, 1959년 재무부 장관 등 경제 분야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재임 중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경제개발계획인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기틀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 EC대사(벨기에, 룩셈부르크 대사 겸임) 시절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경제외교에 주력, 유럽 수출을 3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수출증대 경험을 높이 산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1976년에는 초대 수출입은행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민간에 몸담은 동안 동양나이론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한국위원장 등을 거치며 산업발전과 국제경제교류에 앞장 서왔다. 20여년간 한국능률협회를 이끌며 올바른 기업가상을 전파하는 데 힘썼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고 조홍제 효성그룹 회장 등 재계 1세대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그 중에서도 고 조홍제 회장과 인연은 조 회장의 아들 조석래 회장을 셋째 사위로 삼으면서 사돈지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유족으로는 사업가 송동진씨 등 1남 4녀가 있다. 이봉서 단암산업 회장(전 상공부 장관), 고 신명수 전 신동방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전 전경련 회장), 주관엽씨(사업) 등 사위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