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성 연예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댓글을 다는 이들 중에는 이른바 '음모론자'들이 있다. 이들은 정부가 치부를 가리기 위해 연예매체들에게 쟁여놓은 정보를 흘려준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들은 아이돌가수 수지의 열애 같은 대형 연예 이슈가 정권의 지지율 하락 시기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근거를 든다.
여기 또 다른 주장이 있다. 매 정권 위기 때마다 '반기업 정서'에 기대서 대대적 사정을 벌인다는 것이다. 정권 수뇌부의 '부패 척결' 발언에 뒤이은 검찰의 집요한 수사는, 정권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고 국정을 운영할 동력을 확보하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는 누가 집권하든 비슷하게 레임덕이 올 것을 우려하는 시기 직전인 '3년차'에 실행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10년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김태호 국무총리 임명에 실패하며 궁지에 몰리자 '권력비리·토착비리·교육비리'를 뿌리째 뽑겠다며 대기업들 압박에 속도를 냈다.
최근 포스코건설 해외 비자금 의혹 수사로 시작해 전 정권 당시의 자원개발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는 일련의 사정도, 공교롭게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에 시작됐다.
'비선실세' 문건유출 파동, 증세 논란 등으로 한때 2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 때문에 당황한 정권이, 반전을 위해 '사정 칼날'을 꺼내들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럴 때마다 검찰은 "오래전부터 준비한 수사"라며 기획수사설을 부인하곤 한다.
하지만 한 현직 검사에게 이 같은 '음모론'을 꺼내며 질문하자 "그럼 검찰이 없는 걸 금방 만들는 패스트푸드식으로 하는 수사도 있냐"며 "확보한 근거들을 가지고 있다가 언제 수사에 착수할지는 최상부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를 둘러싼 전방위 '들쑤시기식' 수사로 인해 각종 해외 사업들이 지연되거나 보류되듯이, 사정 칼날 앞에 기업들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못하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기업들은 중국 등의 추격과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해 충분히 고통 받고 있다. 국민들은 섹시한 '대기업 비리'를 척결하는 정권의 모습에도 대리만족을 느끼기는 하겠지만 그보다는 원활한 기업 활동을 보장해 보다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줄 정권의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