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의 청년취업률이 97%에 달해 일본 경제회복의 신호탄이란 소리가 들린다. 일본경제가 살아나고 이에 따른 일자리가 늘어나 실업률이 3.3%로 최저수준이란 얘기다.
하지만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 청년실업률 하락엔 또다른 얘깃거리가 숨어있다. 일본은 버블 붕괴 후 구인배율이 1.17배로 개선됐다.
한 사람을 고용하려는 기업의 수가 1.17개사라는 뜻으로 언뜻 보면 인력부족과 일자리 증가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내 전문가들은 일본 인구구조 변화와 젊은층의 취업에 대한 인식변화가 ‘인력부족’이란 착시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신세대의 취업관 변화=최근 취업연령에 접어든 일본 젊은이들은 어떤 세대도 겪어보지 못한 두 번의 대지진을 체험한 세대다.
20대 중후반 세대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인 1995년 효고현 고베시와 한신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겪었다. 당시 일본 지진관측 사상 최대규모의 지진으로 6300여명이 사망하고 1400억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이어 대학에 입학할 시기인 2011년 3월에는 한신대지진의 180배 위력으로 2만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겪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 청년들은 국민학교 때 한신·고베 대지진을 겪었고 몇년 전엔 동일본 대지진을 경험해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우친 세대”라고 말했다. 즉 월급에 집착하지 않고 장시간 노동보다 원하는 인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과거와 다른 세대로 취업에 목을 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공무원들에게 무료 유학 기회를 주지만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도 줄어든다고 한다. 굳이 그렇게 고생할 필요 없이 NGO(비정부기구) 등에서 활동하면서 삶의 보람을 찾겠다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것. 이는 대규모 지진발생이나 화산폭발 등으로 삶의 가치관이 바뀐 탓이라고 한다.
◇일본인구 고령화의 덫=일본 청년취업률 상승의 이면에 자리한 또다른 이유는 고령인구 증가다. 2015년 일본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일본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50년에는 총인구의 5%에 불과했는데 무려 21%포인트 상승한 것.
젊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많은데 일할 젊은이가 줄어들면서 젊은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률이 하락했다. 일본 기업경제연구소 모사장은 “노인층에 비해 젊은이 비율이 낮아진 것이 취업률이 높아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본 고령자인구는 2042년 3878만명으로 절정에 이른 뒤에도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60년 39.9%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젊은층 비율이 떨어지고 젊은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률도 하락할 것이란 얘기다.
◇리먼사태 이후 한국과 같은 고민=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기업들은 채용을 중단했다.
인력개발업체 파소나의 이시다 마사노리 영업총본부 부총본부장(사진)은 “리먼쇼크 이후 대졸자 채용이 멈추고 기업 내 연령층의 언밸런스가 심화된 뼈아픈 경험이 있다”며 “리먼사태 이후 기업이 어렵다고 채용하지 못한 기업들은 이노베이션을 못해 새로운 사업에 상당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들어서는 필요 인력 이상으로 채용을 늘리고 2~3군데 합격한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하면서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합격자들의 빈 자리를 충원하기 위해 더 채용하는 거품이 일부 끼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