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작발표 3주지나서야" 늑장대응 폭스바겐코리아

장시복 기자
2015.10.08 16:54

"폭스바겐코리아는 본사 및 한국 정부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리콜 등을 고려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폭스바겐그룹의 한국법인 폭스바겐코리아가 8일 토마스 쿨 사장 명의로 언론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공식 사과문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이 그룹의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지난달 19일 발표한 이후 18일 만의 첫 공식 사과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쿨 사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는 날이다. 시차상 국감 증인석에 서기 직전에야 대국민 사과를 한 모양새가 됐다.

국내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 장착 차량(EA 189 디젤엔진) 9만 2247대의 소유주들에게도 사과문 인쇄물을 우편 발송할 예정인데, 대량 제작과 배송 기간을 고려하면 다음 주쯤에야 도착할 수 있다.

발표 이후 독일 본사에서는 당시 마틴 빈터콘 전 회장이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폭스바겐코리아 차원에서는 그간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사건 이후 폭스바겐코리아는 늑장 대응을 보여와 눈총을 받아왔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처음 외신을 통해 EPA의 발표 사실이 보도됐을 당시 "국내와 미국의 관련 법규가 달라 생산 시 엔진 세팅 자체가 다르다"며 "섣불리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사태가 확산되자 취재 요청에 "본사에서 아직 연락이 안왔다", "독일과 시차 차이가 있어 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딜러 전시장 현장에서도 계약해지가 잇따라 영업사원들도 곤혹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아직 폭스바겐코리아로부터 별도 지침을 받은 바 없다"고 답답해 했다.

처음 공식 성명을 낸 시점은 모두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들떠있던 지난달 25일 밤이었다. 발표 1주일이 지나서였다.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대됐음에도 자사 홈페이지에만 게시했다. 그것도 "향후 모든 전개과정을 시의적절하게 전달하겠다"는 입장문이었다.

그간의 늑장 대응도 문제지만 진정성에까지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사과문에서 굵은 글씨체로 "이슈와 관련된 차량 또한 주행상 안전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해명성 멘트를 강조하면서다. '신뢰의 추락'이라는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는 "'폭스바겐 = 믿음'이라는 이미지였는데 화가 난다"고도 말했다. 그간 국내 고객들의 애정과 관심으로 '수입차 빅3'에 들었던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순위가 한 계단 떨어져 4위로 추락했다. 보다 더 적극적인 소통 없인 이 자리마저도 위태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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