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였다.
전자업계 글로벌 선두로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R&D 비용을 써온 삼성전자마저 허리띠를 졸라맸다.
1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3조710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6800억원(4.7%) 감소했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 비중도 7%에서 6.8%로 낮아졌다.
삼성전자가 연구개발비 금액 자체를 줄인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IMF 외환위기로 대다수 기업들이 초유의 긴축경영을 펼치던 1999년 이후에는 단 한해도 없었다. 그동안 매출액 변동에 따라 연구개발비의 매출비중은 등락이 있었지만 절대 금액은 꾸준히 늘려왔다.
1999년에는 전년(1조6642억원)보다 4.2% 줄인 1조5923억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썼다. 하지만 2000년부터는 삭감 없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비용을 확대해 2003년 3조원(3조5294억원)을 돌파했고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6조원과 7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빠르게 늘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했던 2009년에도 비교적 소폭(약 3700억원)이지만 연구개발 비용은 확충했다. 2010년대(2010년부터 연결기준) 들어서도 메모리반도체 지배력 강화, 갤럭시 신화 행진을 이어가며 연구개발비는 매년 상승했다.
마침내 2012년에는 비용 처리된 연구개발비만 11조5328억원으로 R&D 10조원 시대를 연데 이어 2013년과 2014년에도 14조원대의 자금을 집행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폭과 경기둔화의 파고 속에 R&D 지출이 13조원대로 내려왔다.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여야 하는 전자회사가 연구개발비를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강하다는 의미다. 전사적으로 모든 부문에 걸쳐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다 보니 결국 연구개발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연구개발비 항목이 속해있는 판매관리비 전체가 2015년 50조76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원 넘게 삭감됐다.
이 같은 위기경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년부터 비용 효율화 작업을 강도 높게 진행해오고 있다"며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대한 줄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을 준비하는 연구개발은 차질없이 진행한다"며 "필요한 연구개발에 들어갈 돈을 줄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