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앤트로픽, 페이블 5 정액 제공 종료…맥스는 한도 50%·프로는 크레딧 소진 후 종량제
"질문할 때마다 GPU 돌아간다"…AI는 이용자 늘수록 원가도 늘어
월 1500만원치 쓰는 기업 대표도…"토큰값 올려도 안 쓸 수가 없어"

휴대전화 요금제를 떠올려 보자. 매달 정해진 데이터를 받고, 다 쓰면 느려지거나 돈을 더 낸다. AI 이용료가 지금 그렇게 바뀌고 있다. 월정액만 내면 가장 똑똑한 AI를 무제한으로 쓰던 시절이 끝나가는 중이다.
신호탄은 앤트로픽이 지난달 내놓은 최신 AI '클로드 페이블 5'다. 처음에는 유료 가입자 누구나 마음껏 쓰게 해줬다. 그런데 지난 20일부터 '무제한'이 사라졌다. 가장 비싼 요금제에서도 한 주에 쓸 수 있는 양이 정해졌다. 그보다 싼 요금제에서는 정해진 몫을 다 쓰면, 그때부터 쓴 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AI는 기존 소프트웨어와 돈이 드는 방식이 다르다. 프로그램은 한번 만들면 쓰는 사람이 늘어도 회사 비용이 거의 늘지 않는다. AI는 다르다. 질문을 하나 받을 때마다 값비싼 계산 장비가 돌아가고 전기가 든다. 답을 내놓을 때마다 원가가 발생한다.
어려운 일을 시킬수록 원가는 더 커진다. 짧은 질문에 짧게 답하면 싸고, 긴 보고서를 쓰게 하거나 오래 고민하게 만들면 비싸다. 이용자 화면에서는 똑같은 답변 한 번이지만, AI 회사 장부에 찍히는 돈은 다르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도 같은 길을 간다. 기본 제공량을 다 쓰면 돈을 충전해서 쓰게 했고, 기업 고객은 부서마다 쓸 수 있는 양을 정해줄 수 있게 했다. 같은 챗봇 안에서도 값이 갈린다. 쉬운 질문은 작고 싼 AI가 답해 돈을 받지 않고, 어려운 질문에만 크고 비싼 AI를 불러 값을 매긴다.
국내 기업도 이미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다. 배진환 소프트캠프(4,380원 ▼40 -0.9%) 대표는 "직원들에게 마음껏 써보라고 했더니 월 1억원이 나왔다"며 "이제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보자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지난달 1500만원을 써 사내 1위였다. 배 대표는 "값을 올려도 안 쓸 수가 없다. 이미 묶여 있는 상태"라고 했다.
부담이 커지면 방법을 찾게 된다. 배 대표는 "내년쯤이면 웬만한 회사들이 사내에 AI 서버를 갖추려 할 것"이라며 "보안 때문이기도 하고 비용 때문이기도 하다"고 내다봤다. 공짜로 쓸 수 있는 AI도 성능이 좋아진 만큼, 정말 어려운 일에만 비싼 최신 AI를 쓰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셈법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직원 수만큼 계정을 샀다면, 앞으로는 어느 부서가 얼마나 무거운 일을 시키는지 따져 예산을 나누게 된다. 간단한 문서 요약에 최고급 AI를 못 쓰게 막고, 개발 부서에 더 많은 몫을 주는 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