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형식적 구성에서 탈피"…대기업 사외이사진이 변한다

김성은 기자
2018.03.19 04:00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2]삼성, 글로벌 전문경영인 영입·현대차그룹,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 공모제·SK(주), 선임사외이사제 신설 등

[편집자주]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기업마다 사외이사 물갈이가 한창이다.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는가 하면 노골적인 청탁이 오고 가기도 한다. 기업 경영의 한 축이라는 본연의 기능보다는 은퇴한 유력인사들의 '인생3모작', 혹은 현직들의 '꿀 부업'이라는 매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때론 권력에 대한 방패막이, 혹은 기업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사외이사 세계의 현실과, 개선 가능성을 짚어본다.

대기업 사외이사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이고 회사 견제기능을 강화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진을 대폭 교체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 중이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주주권익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조해오고 있으며 올해가 그 실행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삼성전자는 오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김종훈 키스위 모바일 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말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영입 계획을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회장은 미국 벨연구소 최연소 사장 출신으로 미국에서 통신장비업체 유리시스템즈를 설립, 1조1000억원에 매각한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또 여성 최초 법제처장을 지낸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는데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외국인과 여성이 사외이사로 동시에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계열사인삼성물산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생산성책임자를 역임한 필립 코쉐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키로 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은 내년에도 글로벌 전문경영인을 추가 영입하는 등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삼성 주요 계열사는 2016년 초 정관 개정을 통해 대표이사 외 이사들 중에서도 이사회 의장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거버넌스 개선 작업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로운 사외이사 운영 계획은 주주가치 제고에 방점이 찍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그룹사 투명경영위원회의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국내·외 일반 주주들로부터 공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는 주주 관점에서 의견을 적극 제기하고 국내·외 주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거버넌스 NDR(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투자 설명회)에 참석,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을 담당한다.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를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에 선임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도 순차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해 갈 예정이다.

SK㈜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보장과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신설한다. 선임사외이사란 사외이사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한다.

SK㈜는 2016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만들어 지배구조 선진화를 실천하고 있는데 이번 선임사외이사제도 신설을 통해 주주권익보호 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사외이사 중 1인이 주주소통위원을 맡아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강화와 권익 보호 활동을 할 예정이다.

SK㈜는 이달 초 열린 이사회에서 이 같은 제도가 담긴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했는데 대기업 지주사 중 최초의 시도로 평가됐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업들이 과거 법률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에 그치던 사외이사 운영 방안에서 진일보한 것"이라며 "각 기업별로 새 제도가 마련된 만큼 실질적인 운영이 이뤄지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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