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해상 시운전 3주 나가면 3달치 근무"

심재현 기자, 최석환 기자, 한민선 기자
2018.07.29 16:49

[52시간 근무, 한 달 명암]일부 사업장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간주근로제' 노사 합의...나머지는 아직도 "고민중"

임종철 디자인기자

조선소 해상 시운전 부서 김철수 부장(가명, 52세)-"선주에게 배를 넘기기 전 최종 점검인 해상 시운전을 나가면 최대 3주 동안 배 위에 생활하게 되는데, 이를 모두 근로시간을 계산하면 504시간(3주*7일*24시간)이 된다. 이는 8시간 계산으로 하면 3개월 근무와 맞먹는다."

해상 시운전은 건조된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배의 성능을 바다 위에서 최종 검증하는 작업이다. 일반 선박의 경우 바다에 나가 실제 운항조건에 맞춰 검사하는 데 3주 정도가 걸린다. 군함, 잠수함 등 특수선의 경우 6개월~1년, 해양플랜트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일단 한 번 바다에 나가면 근로자 교체가 어려워 통상 배 위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문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선 사흘만 배 위에 있어도 근무시간이 일주일 최대 근무시간을 훌쩍 넘기게 된다는 점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근무시간에 대한 해석이 까다로워지면서 선상 체류시간 전체가 근무시간으로 적용되는 탓이다.

조선소 근무의 연속성을 감안할 때 교체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재 노사간에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할지, 해상 시운전을 출장 처리할 지 등을 논의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간주 근로시간제'에 합의해 법을 지킬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현대미포조선에선 최근 노사가 해법으로 선상 근무시간을 법적으로 정해진 하루 8시간으로 간주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초과되는 시간에 대해선 기존과 마찬가지로 승선수당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작 두 회사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아직도 노사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반도체업계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혼란에 따른 하소연이 흘러나온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일찌감치 4조 3교대 근무가 정착된 덕에 평소엔 문제가 없지만 신제품을 연구라인에서 제조라인으로 옮기는 이관 작업 때 인력운용이 문제다.

예전엔 양산을 시작하는 신제품의 수율(정상제품 비율)을 최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팀과 공정개발팀, 제품개발팀, 제조·양산 연구팀 등 관련 임직원이 모두 매달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했지만 이제는 주 52시간에 맞춰 근무표 등을 다시 짜서 운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머스크의 대형 잭업리그/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삼성전자와LG전자등 가전 제조사들은 한 여름에 팔 에어컨을 사전에 생산해 놓은 덕분에 주 52시간 근무 도입에 따른 생산 차질을 아직은 빚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부 중소·중견 제조사의 경우 임시직을 뽑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화학업계는 생산 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공장 점검·보수에 돌입하는 대규모 정기보수 기간을 앞두고 걱정을 하고 있다.

업체들은 기존 보수 기간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업체 인력을 투입하는 등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 보수 기간인 30~40일에서 초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사전 준비를 충실히 해서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진행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걱정된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오후 5시 퇴근 문화 정착과 야근 및 저녁회식 감소 등으로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근무 시간 내 집중근무를 통한 업무효율성 제고 분위기도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선택근로로 출근 시간이 늦춰진 경우도 있으며 시간관리를 위해 업무시간을 직접 체크하는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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