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BOE, 화웨이는 삼성…디스플레이 합종연횡

심재현 기자
2019.08.27 15:11

스마트폰 OLED 수요 따라 동맹군 변화 조짐…시장 1위 삼성디스플레이도 "방심 못해" 촉각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한·미·중 3국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27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최고사양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화웨이 최상위 프리미엄폰의 OLED 패널은 중국업체가 독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화웨이의 'P20'과 '메이트20'에 OLED 패널을 공급했지만 최상위 모델인 프로 시리즈 패널은 중국 BOE의 차지였다.

오는 10월 출시될 '메이트30 프로'에도 당초 BOE 패널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지만 물량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 패널로 대체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메이트20' 출시 당시 일부 제품의 화면에서 초록색 빛이 새어나온 문제로 패널공급사였던 BOE가 품질 논란을 겪었던 것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화웨이가 삼성과 밀착을 시도하는 것과 달리 미국의 애플은 아이폰 출시 이후 줄곧 부품 공급사로 관계를 쌓아온 삼성에서 눈을 돌려 중국으로 시야를 확장하는 분위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미국 CNBC는 애플이 2020년형 아이폰에 BOE의 OLED 패널을 탑재하기 위한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애플의 이런 변화는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한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구매력을 발판으로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았던 애플이 OLED 패널을 두고 삼성디스플레이에 우위를 내주는 상황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애플은 OLED 패널을 채택하기 전까지 하나의 부품을 3~4개 이상의 업체에 맡기고 경쟁을 부추겨 납품가를 낮추는 '멀티벤더' 전략을 폈다. 다음달 공개할 아이폰11에 들어갈 OLED 패널도 일부를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기로 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시장변화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까지 기술력이나 생산능력 측면에서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방심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던 BOE가 물량 공세 방식으로 스마트폰용 OLED 시장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95.7%에서 올 1분기 88.0%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BOE의 시장점유율은 올 1분기 5.4%까지 올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화웨이의 '러브콜'과 애플의 '변심'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 입지가 워낙 크다 보니 나타나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디스플레이시장의 합종연횡을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 지위를 재확인시켜주는 사례로 볼 수도 있다"며 "일본 소니의 영향력이 큰 스마트폰용 카메라 이미지센서 시장에서삼성전자와 중국의 샤오미가 손을 잡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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