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은 부동산 등 재산에 대하여 소유자 명의를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놓는 것을 말한다. 실제 소유자를 신탁자, 명의상 소유자로 된 사람을 수탁자라고 한다. 명의신탁이 된 재산의 소유관계는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서는 소유권이 그대로 신탁자에게 있지만, 대외관계 또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은 '부동산 신탁은 일제강점기에 주로 종중(宗中) 토지의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 이용되어 왔지만, 근래에 와서는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등의 조세부과를 회피하거나 토지거래허가제 등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됨으로써 명의신탁을 규제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1995년 3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법률 제4944호로 제정되어 어떠한 명목의 명의신탁은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 되었다.
다만 예외적으로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종중 외의 자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와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등기한 경우에, 이것이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명의신탁을 인정하고 있다(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8조).
이에 양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제3취득자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로써 명의신탁자가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였다면,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 즉 말소등기청구권이나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청구권도 더 이상 그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89814 판결).
한편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게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무효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규정에 따르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는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한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을 무효라고 명시한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은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명의신탁자가 소유자로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와 달리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된다면, 제3자는 당연히 그 소유권을 기초로 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제4조 제3항의 제3자 보호 규정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는 부동산실명법의 기본골격을 이루는 규정이다. 이를 벗어나는 해석은 불합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만 허용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은 실권리자명의 등기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위반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제5조 제1항 제1호)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지체없이 명의신탁자의 명의로 등기할 의무를 지우며, 위반 시 과징금 외에 이행강제금을 추가로 부과하도록 한다(제6조). 이러한 이행강제금 제도는 명의신탁자에게 등기명의와 실체적 권리관계의 불일치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위법상태 제거 및 부동산실명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행강제금 제도 역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한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을 기초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했다. 국회에는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귀속된다고 보았던 판례를 바꾸는 내용의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더불어 명의신탁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다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판례의 태도나 부동산실명법 규정에 합치되지 않는다.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에서는 급여자의 급부가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여 그 반환청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데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 경우 법원이 그 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관련 법규범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의신탁자로부터 부동산에 관한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 민법 제746조 단서는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급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나아가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 민법 제746조 본문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한다. 무효인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실명법의 규정과 그 규범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규정해 민법 제103조와 제746조의 관계를 부동산실명법 자체에서 명확하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23조 제1항).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정한 것 이상으로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다. 만일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유효라고 정하였다면, 신탁부동산에 관한 권리가 언제나 명의수탁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결과가 돼 명의신탁자는 그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를 감수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대법원은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사안이라도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 단순한 행정명령에 불과한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단정할 수도 없거니와, 그 이유만으로 처분명령 회피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급여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도 없다.
부동산실명법과 농지법의 규율 내용, 제재수단의 정도와 방법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농지법 위반보다 위법성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명의신탁약정을 한 경우처럼 명의신탁약정과 그보다 위법성이 약한 단순한 행정명령 불이행의 행위가 결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법률사무소 훈의 권오훈 변호사는 "수탁자가 사망하면서, 수탁자의 자녀들이 명의신탁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신탁자가 충분한 증거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경우다. 이 경우 신탁자측에서 명의신탁관계를 증명하지 못해 패소할 수도 있으므로 관련된 증거를 충분히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글/법률사무소 훈 권오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