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에 착수하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대한 논의도 곧 본격화할 전망이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둘러싼 전세계적 패러다임 전환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선, 기후변화 대응이 산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 한국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될 때만 해도 재계 단체들은 앞장서 반대했다. 2014년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제조업 연매출이 최대 29조6000억원까지 감소할 거라 추산했다. '환경 규제 vs 산업 성장' 이분법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들이 탄소중립 대응을 필요로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400개 응답기업 중 70%는 탄소중립 대응이 자사 경쟁력에 긍정적이라 답했다. 3년 전 35%에서 급격히 높아졌는데, 가파른 변화의 이유는 세부응답에서 찾을 수 있다. 응답기업 91%는 공급망 탄소규제가 경영에 영향을 미칠 거라 봤고, 43%는 공급망 내 고객사로부터 탄소배출량 산정·감축·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등을 이미 받았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유럽·미국 기업에 제품을 파는 한국 기업들이나 역내 규제가 촘촘해지고 있는 유럽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고객사나 수출지의 요구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필요가 급증한 것이다. 탄소배출원 중에서도 전력의 탄소배출(스코프2) 감축은 민간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 탄소 저감을 위한 전기화도 탄소배출 없는 전력원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탈(脫)화석연료고, 한국 기업들은 고객사 요구로 재생에너지를 원한다. 기후변화 대응과 기업의 필요에 생긴 교집합이다.
다음으로, 에너지안보가 기후만큼이나 에너지전환의 핵심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 2023년 비즈니스·에너지 및 산업 전략부(BEIS)를 분할해 에너지안보·넷제로부를 신설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에너지안보가 부처 명칭의 앞자리에 등장한 것이다.
유럽에서 최근 2~3년간 재생에너지 도입을 급격히 진전시킨 동력은 에너지안보다. 화석연료는 탄소를 내뿜는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극소수 산유국을 제외하면 수입해야 하는 에너지원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를 수입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지 깨닫고 역내 생산이 가능하며 설치가 상대적으로 빠른 재생에너지를 급격히 늘렸다. 에너지안보 강화와 기후변화 대응에도 탄소배출 없는 에너지원 공급이 필요하다는 접점이 만들어졌다.
한국은 에너지 소비가 전세계 8위이면서 수입 비중은 90% 이상인 에너지안보 취약국이다. 수입처 다변화만으로 해소할 수 없는 위험을 역내에서 만들 수 있는 에너지원 확보로 대응해야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공론화 역시 미미하다.
기후와 산업, 안보라는 목표가 어느 시점에는 상충할 수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한국의 상황에서는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이 오히려 상당하다. 이분법을 뛰어 넘어 유기적이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집행하는 기후에너지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