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관련 세계적인 전문가로 꼽히는 네이탄 로젠버그 인시그니엄 공동창업자 겸 대표는 글로벌 기업의 문화가 시장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자가 회사 설립 당시 수립한 비전과 철학에 바탕을 둔 기업 문화로는 빠른 시장의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시그니엄은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컨설팅 회사다.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포럼(GK인사이츠포럼)'에서 백용호 GK인사이츠 이사장과의 대담에 나선 로젠버그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문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백용호 이사장(이하 '백') - 아시아와 미국 문화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로젠버그 대표(이하 '로') - 가장 큰 차이는 아시아는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보다 다층적인 접근법이 경영 스타일이 묻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에서도 이런 점을 찾을 수 있다. 동양은 유교 사상에 근본을 두다 보니 가부장제와 황제가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있고, 이로 인해 현대에도 CEO(최고경영자)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있다.
미국은 멜팅팟(인종의 용광로)이다. 다양한 국적 인종이 모여산다. 그리고 대부분이 유대교, 기독교를 근간에 두고 있는데 이러한 점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과 문화적 차이가 생긴다.
백 -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 경제 성장을 했고, 그 중심에 기업이 있다. 한국 기업의 장점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근로자의 근면성, 변화의 흐름에 대한 빠른 적응 등이다. 물론 약점도 있는데, 의사 결정의 중심이 개인 또는 소수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사람을 따른다. 그 사람이 잘하면 기업이 성장하지만 잘못 하면 기업이 어려워지는 취약점이 있다. 추가로 생각하는 한국 기업이 지닌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 있나.
로 - 가장 큰 강점은 사람이다. 한국 경영진을 보면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성과를 위해 해내겠다는 의지다.
반대로 한국 기업들은 아직까지는 국제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숙하지는 못했다. 1990년대를 생각하며 모리타 아키오 소니 회장이 뉴욕으로 이주를 했다. 의도적인 것으로, 소니가 글로벌 기업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국제적인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 기업도 국제적으로 활동하느냐와 글로벌 기업으로서 글로벌 활동을 하냐는 다른 문제다.
백 -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는데 이사진부터 바뀌어야 하는 탑다운 방식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반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성원들이 기업 문화를 충분히 공감하고 아래에서부터 실천하는 바텀업 방식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을 얘기해달라.
로 - 탑다운이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효율적이긴 하다. 기업 문화는 일선의 모든 사람들이 다 연결돼 있다. 기업 문화를 간단히 정의내리면 회사 활동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영업하는 사람, 마케팅하는 사람 등 모두가 새로운 기업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지를 보면, 제 경험상 임원이 솔선수범해서 보여줘야 하고 교육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것은 외부 컨설팅 회사가 할 수 없고 내부 임원이 해야 한다.
백 - 많은 기업이 해외 투자·합병 등을 했을 때 문화 충돌이 생기고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데, 사전에 이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가 큰가?
로- 당연하다. 한국 경영진이 사업 대상지에 갔을 때 현지에서 만찬만 즐기고 떠나는 게 아니라, 지역 사회를 돌아다니며 이해를 해야 한다. 우리가 들어갈 새로운 사회가 어떤 곳인가 직접 경혐해야 한다.
백 - 기업 문화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충격 등으로 급격히 변하기도 한다.
로 - 코로나19로 미국에서도 3년간 학교를 가지 않고 영상으로 수업을 듣던 세대가 생겼다. 이 학생들은 사람을 만나고 집중해서 일할 기회를 놓쳤다. 성인 대 성인으로 다른 사람과 교감할 기회가 없었다. 기업에서도 사무실을 꼭 나올 필요가 없다보니 서로 연결되고 동료라는 인식도 없어진다. 같이 차를 마시고 대화하고 어제 야구 본 얘기를 하고 이런게 기업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게 사라졌다.
백 - 기업이 커질 수록 칸막이가 생겨 관료화 되면서 소통이 줄어들기도 하고, 오너의 자만감으로 잘나가던 기업이 소멸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늦추는 게 조직 문화로 가능한가?
로 - 경영진이 깨달아야 하는건 기업 문화가 돌에 새겨진 것처럼 변하지 않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은 계속 바뀌고 우리는 이에 맞춰 계속 적응해야 한다. 기업 문화가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시장에 맞지 않는 기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성공한 회사의 10년, 20년 뒤를 내다 봤을 때 그때도 여전히 창업 당시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마치 앞만 보도록 안대를 씌운 말처럼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다. 현재 시장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그 때 필요한 기업문화가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
백 -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현지 기업 외에도 연방 정부 행정관료, 정치인 등도 상대해야 한다. 이들과의 유대가 굉장히 중요할텐데 효과적으로 접촉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로 - 앞서 말한대로 그 지역에 가서 만찬만 하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지역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 사람들이 해당 지역 공무원 등과 연관돼 있다. 미국 정치계는 바텀업이다. 카운티 의원을 만나고, 시의원을 만나고, 주 의원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바로 주요 관료나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하는 게 아니다.
백 - 추가로 한국 기업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로 - 미국의 트렌드를 따르는 것은 이제 한국 기업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제 미국 기업은 사모펀드가 소유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분야에 집중하는 곳이 대기업 보다 잘 될 가능성이 많다. 대기업은 관료주의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대기업이 한 시장에만 집중하는 작은 기업으로 분사되는 형태가 많이질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