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실물을 나란히 공개하며 차세대 HBM 경쟁을 예고했다.
양사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에서 각각 HBM4 실물을 전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제품인 HBM4의 실물을 일반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시장 주류인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와 함께 HBM4를 전시했다. 제품에는 "AI 메모리의 한계를 넘어서 성능과 효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사 HBM이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데이터 이동 속도(10Gbps)를 뛰어넘는 11Gbps를 달성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성능 경쟁에서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HBM의 부진으로 SK하이닉스에 '글로벌 D램 1위' 자리를 내준 삼성전자는 HBM4에서 업계 최초로 1c(10나노급 6세대) 공정을 적용해 반격에 나섰다. HBM4 하단 '베이스다이'에는 자사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반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했다.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등 전 영역의 역량을 총집결해 종합반도체기업으로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시장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와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차세대 점유율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점을 선점했다고 평가된다. SK하이닉스도 HBM4에서 10Gbps 이상의 속도와 40% 이상 개선된 전력 효율을 구현했다.
내년을 기점으로 HBM4 수요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메모리 3강'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HBM 큰 손'으로 불리는 엔비디아는 내년 하반기 HBM4 8개가 탑재되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 출시를 예고했고, AMD 역시 HBM4 12개를 탑재한 'MI450'을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AI 가속기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HBM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전체 D램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4%에서 2030년 15%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62%로 1위, 마이크론이 21%, 삼성전자가 17%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최근 주요 고객사로부터 HBM3E 인증을 확보했고 내년 HBM4 수출을 앞두고 있어 내년에는 점유율이 30%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