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장기화로 항공업 전반의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 있는 가운데 유류비와 리스료 등 비용이 늘어난 데다 단거리 노선 공급 증가로 운임까지 하락하면서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이다. 추석 특수 등이 실적 개선 요인에도 달러 강세가 예상되면서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FSC(대형항공사)와 LCC(저비용항공사) 모두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대한항공 연결 자회사들의 합산 올 3분기 실적은 매출액 2조184억원, 영업손실 2188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매출 4조85억원, 영업이익 37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 감소했는데 영업이익은 39% 줄었다.
고환율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까닭에 실적도 악화했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료를 비롯해 유류비, 정비·부품 조달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한다. 환율이 오르면 곧바로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가 뉴노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이후 장 초반 기준 1450원을 밑돈 적이 없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연평균 1395원)을 비롯해 역대 최고 수준이다.
LCC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제주항공은 올 3분기 영업손실 550억원으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진에어도 영업손실 2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영업이익 402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 955억원으로 적자규모가 16배 증가했다.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임이 약세인 점도 악영향이다. 엔데믹 이후 여객 수요가 빠르게 회복됐지만 항공사들이 일본·동남아 노선을 일제히 증편하면서 수익성이 저하됐다. LCC업계는 주력 노선인 중·단거리 노선이라 타격이 더 크다.
올 4분기도 실적 반등이 쉽지 않다. 추석 연휴와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중·일 갈등에 따른 '한국 대체 여행지' 효과 등 실적 개선 요인이 있지만 환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반등 폭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 시장 내 공급 과잉으로 국제선 운임 하락, 신기재 도입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단기 이익 개선 여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업황이 꺾인 와중에도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실적 방어력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리미엄 수요 확대와 향후 아시아나항공과 통합 시너지, 항공우주 사업부 성장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2026년 말 아시아나항공과 물리적 통합을 마무리하면 노선 공급 효율화로 실적 개선 여력이 커질 전망이다. 항공우주 사업의 경우 군용 헬기 성능개량, 전자전 항공기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지면서 항공우주 매출이 연간 6000억원 수준에서 향후 1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엔진 공장 완공 이후에는 자체 정비 역량 확보와 외부 정비 매출 확대도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운임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대한항공처럼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있으면 상황이 낫지만 항공사가 난립하고 경쟁이 치열해져 항공산업 전반에 재편이 요구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