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이 아닌 침체"…K배터리는 '혹한기' 넘어 '봄' 맞을수 있을까

최경민 기자
2025.12.30 15:55
LG에너지솔루션 브로츠와프 공장에 적힌 "The Heart of Global Batteries" 문구. /사진=최경민

새해에도 배터리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 수요 둔화'라는 뜻의 '캐즘(Chasm)'을 넘어 침체 국면이 본격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정도다. 자율주행 보급의 가속화와 같은 반전의 계기가 절실하다는 평가다.

30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올해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는 총 227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했다. 전기차 침투율도 18.8%로 전년(15.0%)비 3.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가 1.9% 늘었던 점을 고려할 때 전기차의 강세가 두드러졌던 것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 프로그램을 재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영국과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각 약 1조원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패키지를 발표했다. 내년 전기차 보조금 지급 재개를 앞둔 독일은 법인용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제혜택을 시행했다. 스페인 역시 지난 4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부활시켰다.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지만 K배터리 중에서는 SK온만이 가시적 성과를 냈다. 지난 10월 기준 SK온의 올해 유럽 누적 배터리 공급량은 17.3GWh(기가와트시)로 전년비 36.9% 늘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36.8GWh)은 2.7%, 삼성SDI(10.5GWh)는 20% 공급량이 줄었다. 유럽에서 과실을 챙긴 것은 중국 기업이다. CATL은 80.7GWh를 공급하며 54.8%의 판매 신장세를 보였다. BYD도 지난해 3.2GWh에서 올해 11.2GWh로 덩치를 키우며 255%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다른 한 축인 미국은 사정이 반대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10월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한 후 배터리 시장의 위축이 현실화됐다. 최근 포드가 전기차 시장 철수를 결정하자 LG에너지솔루션은 9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했고,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청산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는 LG에너지솔루션과 맺었던 3조9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취소했다.

SK온 헝가리 이반차 공장의 모습 /사진=최경민

K배터리가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진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캐즘'이라고 해왔는데, 최근 상황은 '침체'가 더 적합한 용어로 보인다"며 "중국의 압박과 미국의 정책 선회로 힘든 상황이 수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ESS(에너지저장장치) 공략 등 시장 다각화로 만회한다는 전략이지만 가장 볼륨이 큰 시장은 전기차"라며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폴란드(LG에너지솔루션)·헝가리(삼성SDI와 SK온)에 위치한 생산거점이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신규 고객사 유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는 등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의 중저가 LFP(리튬·인산·철) 제품에 맞서기 위해 삼원계·LFP·원통형 등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게 K배터리의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AI(인공지능) 혁명에 따른 자율주행 확산이 보조금 폐지 효과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구글의 웨이모가 미국 내 주요 거점에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등 FSD(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선 반전의 계기가 절실한데 자율주행 시대의 본격 개막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테슬라의 FSD 발전 속도 등을 미뤄볼 때 향후 몇 년 안에 시장 상황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3사 올해 누적 유럽 공급/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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