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관세 환급'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눈치싸움이 불가피하다. 정부, 경제단체, 기업이 손잡고 발빠른 후속 절차에 들어가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의 상호관세 15% 무효화의 후폭풍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관세 환급 절차에 대한 법적 검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지난해 4월5일부터 10%의 국가별 관세를 부과받았었고, 8월7일부터는 이 관세율이 15%로 올랐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세 환급 요구액이 약 250조원(1700억 달러 내외)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에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기에 회사 입장에서 원칙적으로는 당연히 환급을 요청해야 한다"며 "환급 소송이 대세가 된다면 걷잡을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이 움직임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내린 연방대법원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으면서 곧바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대체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리고 하루만에 이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에 대한 자신의 강력한 방향성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 측에 '상호관세 환급'을 요청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 대법원이 관세 환급 여부, 집행 중단 등 구체적 구제조치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아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임기 초반인 트럼프 대통령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환급이라는 단어를 직접 거론하는 게 힘들 수 있다"며 "결국 누가 가장 먼저 환급 소송을 진행할 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정치적 부담 속에서 환급 규모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기업부터 정부까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한 수출 기업 관계자는 "관세의 경우 국제 정치경제 이슈이기 때문에 환급 이슈 역시 정부 차원의 의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국가 간 조율한 큰 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개별 회사가 소송 등 환급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관세 환급 절차가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판결을 통해 환급 가능성이 있는 만큼 후속 절차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관세 환급에 대비해 △관세 환급 권한 확인 △관세 환급 절차 확인 △정산 우선순위 점검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여부 검토 등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무역협회는 "미 관세청(CBP)의 일반적인 관세 환급 기준·절차를 참고한 후속 절차 대비가 필요하다"며 "향후 환급 대응을 위한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