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커지는 헬륨 리스크…삼성 '재사용 시스템' 부상

김남이 기자
2026.03.09 18:10

' 반도체 생산 핵심 자원' 헬륨 카타르 의존도 65%..삼성, 헬륨 재사용 시스템으로 19% 대체 가능 분석

1일(현지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산업단지에서 이란의 공습으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치솟고 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에 주둔한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AP=뉴시스 /사진=민경찬

중동전쟁 여파로 헬륨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헬륨 재사용 시스템(HeRS·Helium Reuse System)'이 주목받고 있다. 헬륨은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대체 불가 자원으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삼성 시스템이 대외 변수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기술 대응 사례로 평가된다.

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헬륨 관련 카타르 수입 의존도는 65%에 이른다. 수입한 헬륨 2116t(톤) 중 1375t이 카타르산이다. 나머지 헬륨 수입 비중은 미국(27.1%)과 러시아(6.2%), 중국(1.7%) 순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 소재인 헬륨은 천연가스에서 소량만 추출할 수 있어 생산지가 제한적이다. 미국과 카타르 등 일부 국가에 생산시설이 집중돼 있다. 특히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공급국이다.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카타르의 헬륨 수출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헬륨 현물 가격도 최근 일주일 사이 35~50%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역시 관련 상황을 점검하며 기업별 수급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국가별 헬륨 수입 비중/그래픽=김지영

헬륨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도 제기된다. 헬륨은 웨이퍼 온도를 빠르게 조절하거나 체임버 내부의 초고진공 환경을 유지하는데 사용되며 레이저 절삭과 에칭 공정에도 활용된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헬륨을 완전히 대체할 방안이 사실상 없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중동 사태가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공급망을 확보해 둔 상태이고, 현재 헬륨 재고도 충분해 당장 반도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헬륨 거래가 대부분 장기 계약 형태로 이뤄지는 점도 단기 가격 급등의 영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헬륨 리스크'가 부각되자 삼성전자의 '헬륨 재사용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4월부터 일부 반도체 생산라인에 HeRS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파트너사와 협력해 개발한 HeRS는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순도 배기 헬륨을 회수해 정제·재사용하는 기술이다.

다니엘 오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헬륨 재사용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개발해 일부 생산라인에 적용했다"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헬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반도체 공정의 자원 순환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초기 운영 결과 삼성전자는 연간 약 4.7t의 헬륨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해당 기술을 다른 생산라인으로 확대 적용할 경우 연간 헬륨 사용량의 약 18.6%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HeRS를 다른 생산라인으로 순차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사용 후 순도가 낮아진 헬륨을 다시 고순도로 정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중동전쟁이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핵심 자원 수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식각 공정 등에 사용되는 브롬 역시 대부분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카타르가 주변국과 외교 갈등을 겪으며 헬륨 수출이 원활하지 않자 국내에서도 수급 이슈가 발생한 바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며 "다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당장 국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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