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홍성군 천수만 앞바다에 위치한 죽도는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자립섬'이다.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던 섬이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력 시스템을 도입하며, 한때 재생에너지 이용률을 80%대까지 끌어올린 상징적 사례다.
인구 55명, 총면적 15만8640㎡의 작은 섬이지만, 죽도가 국내 '에너지 자립섬 모델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죽도의 에너지 전환은 2015년 충청남도와 한화그룹이 협력하며 시작됐다. 2016년 준공된 설비는 201킬로와트(kW) 규모의 태양광, 10kW 소형 풍력 발전설비와 ESS로 구성된다. 한화가 자사 태양광 제품을 실증하는 무대로 삼으면서 당시로서는 가장 최신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도입됐다.
기존 총 400kW 규모의 디젤발전기 3대와 결합돼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저장하고 부족할 때 디젤이 보완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초기에는 재생에너지 이용률이 80%대에 달할 정도로 성과가 뚜렷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발전 설비가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지속된 모델'로 평가받았다. 비슷한 시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추진됐던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과 달리, 죽도의 '하이브리드 발전' 설비는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8일 죽도에 위치한 홍성군 산하 죽도자가발전소에서 만난 송진우 발전소장은 성공 요인으로 "초기 시스템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았다"는 점을 꼽았다. 송 소장은 "기존 디젤발전 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태양광·ESS와 정교하게 묶은 설계가 잘 됐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며 "다른 섬들이 10년 전 모델임에도 이 곳의 시스템을 부러워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변화는 주민들의 일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같은 날 죽도 마을회관에서 만난 전복순씨(73)는 "태양광이 들어온 뒤에는 하루 종일 전기를 쓸 수 있어 생활이 훨씬 편해졌다"며 "전기료도 아끼고 난방까지 전기로 할 수 있도록 태양광이 더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0년이 흐르며 변화도 나타났다. 그 사이 가전제품 사용이 늘면서 가정의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 '청정섬', '걷기 좋은 섬'으로 언론에 소개되고 입소문을 타며 관광객이 지난해 7만8000명까지 늘었다. 관광객 증가와 함께 식당·숙박시설 이용이 늘면서 전력 수요는 더욱 증가했지만, 발전 설비는 2016년 구축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 결과 에너지 자립률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최근 5년간 210~250메가와트시(MWh) 수준을 유지한 반면, 디젤 발전량은 2021년 171.5MWh에서 2025년 363.2MWh로 늘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자립률은 같은 기간 58%에서 37%로 낮아졌다.
죽도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만에 첫 태양광 설비 증설에 나선다. 홍성군은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을 통해 태양광 400kW를 추가 설치하고 ESS 1000kW를 증설할 계획이다. 6개 주택에는 3kW급 태양광도 설치한다. 5~6월 착공해 연말 준공이 목표다. 홍성군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다시 82%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증설은 단순한 설비 확대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성공한 에너지 자립섬'이 늘어난 수요까지 감당할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현장을 가장 오래 지켜본 운영자가 강조한 건 설비 간 유기적인 통합이다. 죽도발전소가 디젤발전소로 시작한 23년 전부터 이 자리를 지켜 온 송진우 소장은 "육지는 한국전력을 통해 연결된 계통으로 전기를 공급받지만, 섬은 외부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구조가 아니라 생산부터 저장·공급까지 모두 섬 안에서 통제해야 해 작은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설비 자체도 중요하지만 전체 설비를 통합하는 운영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올해 증설되는 설비들이 기존 설비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구축되면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