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냉난방 시장에서 히트펌프가 떠오르고 있다. 유럽의 탈탄소 규제 강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신제품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국내에서도 정부 보급 정책을 기반으로 관련 산업 확대가 예상된다.
1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MMR 스태티스틱스에 따르면 HVAC(냉난방공조)용 히트펌프 시장은 2032년 1745억6000만달러(26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963억6000만달러(143조원)에서 연평균 약 9% 성장하는 셈이다.
히트펌프는 공기열, 지열, 수열 등 주변 열원을 활용해 냉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설비다. 가스나 석유 등 연료를 직접 연소하지 않고, 외부 열을 흡수하거나 실내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방식이다.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초기 설치 비용은 기존 보일러보다 높지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로 가동하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중동 지역 불안으로 에너기 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제성 측면에서도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난방도 히트펌프로 빨리 전환하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히트펌프의 시장 성장성을 보고 사업을 확대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독일의 공조기업 플랙트그룹, LG전자는 노르웨이의 온수 솔루션 기업 OSO를 인수하며 사업 기반을 적극적으로 다지고 있다.
아직까지 히트펌프의 핵심시장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의 EPBD(건물에너지효율지침)에 따르면 2030년부터 모든 신규 건물(공공건물은 2028년)은 '제로에너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각국 정부는 에너지 성능이 낮은 건물의 개보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히트펌프 사용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주력시장은 유럽이다. 양사 모두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 전시회인 'MCE 2026'에 참가 신제품 등을 선보였다. BRG 빌딩 솔루션스에 따르면 유럽 히트펌프 시장은 2024년 약 120만대에서 2030년 240만대로 두 배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공기와 물을 동시에 활용해 냉난방과 온수를 모두 제공하는 신제품을 올해 초 유럽에 출시했다. 일반적인 히트펌프는 난방 또는 냉방 중 하나의 기능만 수행하는데 삼성전자의 신제품은 실외기 한 대로 공기 냉난방과 바닥 냉난방, 급탕을 동시에 할 수 있다.
LG전자 역시 전시회에서 공기열원 히트펌프(AWHP) 신기술을 공개했다. 실외기와 온수기, 탱크, 제어장치를 통합한 시스템으로 효율을 높였다. 설치 공간이 제한적인 아파트나 신축 주택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도록 물탱크를 내장한 제품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수주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 콘월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주거단지 재개발 프로젝트에 고효율 히트펌프 공조 솔루션을 제공한다. LG전자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과 리데르커르크 지역의 주거 프로젝트에 히트펌프를 공급한다.
국내에서도 보급 확대 움직임이 시작됐다. 정부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을 목표로 설치비 지원, 공기열의 재생에너지 인정, 전기요금제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제도 설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업계는 유럽에서 선보인 신제품의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다만 국내 환경은 변수다. 아파트 중심의 공동주택 주거 구조와 바닥난방 선호 등 해외와 조건이 다르다. 또 전기를 동력으로 내·외부 열을 흡수하는 구조상 전기요금 누진제도 걸림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이제 히트펌프 보급의 초기단계"라며 "설치 인센티브 확대 등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보급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