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반덤핑 관세 부과로 한국 테레프탈산(PTA) 기업 간 희비가 엇갈렸다. 삼남석유화학과 한화임팩트는 관세 대상에 포함된 반면 태광산업은 제외됐다. 글로벌 PTA 수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관세 부과까지 겹치며 부담이 가중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삼남석유화학과 한화임팩트가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PTA에 대해 6.2%의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그외 한국업체에는 13.7%의 관세가 매겨진다. 멕시코 석화회사인 알펙(Alpek)에는 한국 기업의 두 배 수준인 25.7%가 적용된다. 해당 관세는 올해 3분기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반덤핑 관세는 외국 물품이 정상가격 이하로 수입돼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줄 때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번 조치는 벨기에 소재 화학기업인 이네오스(INEOS)의 제소로 시작됐다. 이네오스는 EU 내에서 PTA를 약 27~47% 만드는 주요 생산업체다. 한국과 멕시코산 제품의 덤핑으로 산업 피해가 발생했다며 조사를 요청했다.
EU는 지난해 8월 조사를 시작해 "한국과 멕시코산 PTA가 EU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결과 한국산 PTA 덤핑 수입의 시장 점유율은 23%, 멕시코는 5%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 중 태광산업은 이번 조사에서 '덤핑 없음' 판정을 받으며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EU 집행위는 "태광산업의 경우 덤핑마진이 없거나 최소 기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같은 한국 기업이라도 삼남석유화학·한화임팩트와 달리 무관세를 적용받게 된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향후 기업들의 PTA 시장 대응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PTA는 폴리에스터 섬유와 산업용 원사, 페트병, 산업용 필름 등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석유화학 제품이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에 이미 수출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산 PTA 수출액은 2024년 16억3793만 달러(약 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2억7352만 달러(약 1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22.2% 급감했다. 올해 역시 지난 2월 기준 PTA 수출액이 2억2232만 달러(약 3300억원)로 전년비 1.5%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EU의 반덤핑 관세까지 확정되면 수출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수출 감소세를 피할 길이 없다.
삼남석유화학 관계자는 "EU가 부과한 반덤핑 관세는 아직 잠정 단계에 불과하다"며 "확정 판정 전까지 모든 가용 절차를 활용하여 적극 소명에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임팩트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잠정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유럽향 수출 여건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최종 확정 전까지 공청회와 의견서 제출 등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