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정치는 선거에서 어떻게 선택받느냐의 싸움이지만 때로는 선택에 앞서 도전 그 자체가 주목받기도 한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보수 중진 이정현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광주전남통합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게 바로 그런 사례다.
두 정치인에게 대구와 광주는 고향이지만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힌다. 김 전 총리가 나서는 대구는 보수정당의 총본산이다. 이 전 위원장이 깃발을 든 광주·전남은 진보정당의 심장이다. 정치 지형만 놓고 보면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더 어울린다.
김 전 총리의 경우 어느 때보다 유리한 여건이다. 당선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당선을 자신할 순 없겠지만 조건이 좋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에 국민의힘의 지리멸렬, 김부겸이라는 인물이 결합해 역대 대구시장 선거에서 진보에 가장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김 전 총리는 대구에서 한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있다. 만만찮은 네트워크를 가진 경북고 사단도 지역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보수의 꼴이 창피하다. 부겸 선배 시장 한 번 만들어보자'는 말이들린다.
그럼에도 선거는 갖은 변수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전장이다. 현재의 구도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장기간 보수가 독식한 대구 지방의 권력 구조와 보수의 조직력, 견고한 보수 성향 고령 지지층을 감안하면 대구는 김 전 총리에게 평평한 전장이 아니다. 대항마로 뛰고 있는 TK(대구·경북) 정치인들의 면면도 결코 만만치 않다.
이 전 위원장의 상황은 더 어려워 보인다. 당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호남(전남순천)에서 두 번 당선된 3선(초선은 비례대표)인데도 그렇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적 상징성은 크겠지만 현실 정치 문법상 승리를 전망하긴 어렵다"고 했다. 더욱이 6월3일 지방선거는 '기호만 보고 찍는다'는 지방선거다.
그래도 이들은 도전을 택했다. 그래서 두 정치인의 출마는 '이길 수 있느냐'보다 '왜 나왔느냐'를 묻게 만든다. 우리 정치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두 단어가 바로 지역과 진영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 두 가지가 결합한 게 지금의 한국 정치라는 점에서 공식을 거스르는 선택은 결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쟁이 없는 지역에서 정치 혁신이 나올 수 있을까. 비판이 사라진 곳에서 정치인들에게 책임감을 기대할 수 있을까. 특정 지역은 특정 진영의 영토라는 인식 위에서 긴 세월 정치적 안일함이 굳어진 게 사실이다. 유권자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 있다. 정치를 탓하고 피해자를 자처하지만 정치인을 선택한 건 유권자들이다. 정치 수준이 낮다며 남 탓만 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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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총리는 올해 68세, 이 전 위원장은 67세다. 원숙한 두 정치인이 다시 시험대에 섰다. 누가 이길지에만 골몰하느라 어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구태를 만드는 숨은 동조자가 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