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산업이 성장하려면 기술뿐 아니라 '시장'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는 데 정부와 산학계가 뜻을 모았다. 정부 중심 연구개발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이 수요를 만들고 정부는 '첫 고객'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지유 유니콘팩토리 기자는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한 '2026 키플랫폼(K.E.Y. PLATFORM 2026)' 특별세션4 '제1회 K-우주포럼: 뉴스페이스 시대 기회와 도전'에서 "NASA가 스페이스X와 서비스 계약을 맺은 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우주 개발 문법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며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어떻게 재설계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패널들은 한국 우주산업이 '사업은 있지만 시장은 부족한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주도 우주개발 전환에 대한 정책적 선언과 제도 계획은 있었지만 체감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그동안은 정부 사업이 산업 진흥보다 연구개발 성과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시장을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스타트업 현장에선 시장 진입 속도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기주 인터그래비티 대표는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시장 진입 속도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수요를 만들어주는 방식에서 나아가 민간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기존 방식의 한계를 인정했다. 권현준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정책국장은 "현재 우주개발의 70~80%가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시장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산업 생태계와 시장을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최대한 빠르게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은 '예측 가능한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시장, 미래 수요가 있는 시장이 있어야 기술, 인프라, 인력에 투자할 수 있다"며 "중장기 계약과 안정적인 조달 방식 등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방·공공 수요가 민간 시장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안 연구위원은 "정부가 직접 개발한 결과물을 민간에 확산하는 형태에서 정부가 수요를 제시한 뒤 민간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방 분야에서 정부가 주요 공공 수요를 개발할 것이라고 기대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권 국장은 "관측 등 분야는 민간이 잘 돼 있어 민간에서 구입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면서도 "통신이나 발사체 분야는 아직 정부 공동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패널들은 한국 우주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우주사업부장은 "발사체는 우주 접근권을 가지는 국가 전략자산으로 포기할 수 없고 위성 데이터와 AI 분석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한국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 직접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