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재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에게 높은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시대적 합의다. 과거 의료인 면허 제한은 주로 의료 관련 범죄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2023년 11월 20일 시행된 개정 의료법은 이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꿨다. 개정 전에는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가 의료법·의료 관련 법령 위반 및 그와 관련된 형법상 일부 범죄 등 의료 관련 범죄로 한정되었으나, 개정 후에는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실형·집행유예·선고유예를 선고받으면 각각의 결격기간 동안 면허가 취소될 수 있게 되었다. 즉, 의료 현장 밖의 일상적 과실조차 직업적 생명을 앗아가는 구조가 된 것이다.
가장 큰 법리적 모순은 '명확성 원칙'의 결여다. 개정법은 결격사유 성립 시점을 '유예기간이 지난 후'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실제 행정 현장에서는 유예기간이 경과하지도 아니한 시점에 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지는 등 법령이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범자인 의료인은 자신의 면허가 어느 시점에 박탈되는지조차 예측할 수 없다. 이는 법치국가의 근간인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 역시 본질적인 위헌 요소다. 환자 안전과 직결된 진료 내 범죄와 사적 영역의 갈등은 법적 층위가 다르다. 입법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진료와 무관한 모든 범죄를 면허 박탈과 연동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위배에 해당한다. 구체적 정황이나 재범 위험성에 대한 개별적 심사 없이 일률적으로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을 잃은 처사다.
'권력분립 원칙'과의 충돌도 묵과할 수 없다. 사법부가 사건의 정황을 살펴 집행유예로 선처하더라도, 행정청은 형벌의 외형만을 근거로 면허를 기계적으로 취소한다. 특히 법원이 재범 위험이 낮다고 판단해 '취업 제한 명령'조차 내리지 않은 사안에서 행정청이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제재의 논리가 역전된 결과다. 이는 사법부의 유연한 양형 취지를 행정적 경직성으로 무력화시키는 구조적 모순이다.
타 전문직과의 형평성을 내세운 '평등원칙' 논리 역시 직역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 보건의료라는 고도의 전문 영역에 한정된 의료인의 직무 구조는 법률 전반을 다루는 변호사 등의 직역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직역의 본질적 차이를 무시한 채 타 직종과의 기계적 형평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합리적 차별을 전제로 하는 평등권의 취지에 반한다.
법은 사회적 신뢰를 지키는 보루인 동시에 개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패여야 한다. 개정 의료법이 강조하는 '엄격한 윤리'는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와 법리적 모순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법 적용을 위해,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