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방산 '특화 로봇'에 집중하라"..한국 성공 요건은

유선일 기자
2026.06.25 15:00

[글로벌 로봇 패권 전쟁]2-⑤

[편집자주] AI(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로봇산업의 미래마저 앞당기고 있다. 이미 로봇이 떠받치는 '7경원' 규모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봇 강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사업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봤다.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KAIST 기계공학과 교수)/사진=김창현 기자 chmt@

"모든 것을 학습시켜서 어디에 내놔도 활용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을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 로봇 자체를 커다란 산업으로 보기보다는 로봇 기술이 기존의 다른 사업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은 특정 산업의 시장을 열 수 있는 '특화 로봇'을 만들어야 합니다."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엔젤로보틱스의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이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인 공경철 의장(사진)은 한국이 글로벌 로봇 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미국·중국과 달리 '범용'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범용 로봇보다는 의료·방위산업 등 기존에 한국이 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한 차원 혁신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공 의장은 "사실 한국은 로봇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건을 갖췄다"며 "중국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에는 우수한 인력이 많고, '제조업 강국'인 만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렇다고 미국이나 중국이 하는 것처럼 해서는 승산이 없다"며 "데이터를 많이 모아서 로봇의 품질을 높이는 방식의 영역에는 절대로 손을 대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데이터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인데 데이터의 양이나 인건비 관점에서 중국을 이길 수 없고 자본력에서 미국을 앞설 수 없기 때문"이라며 "다만 대량의 데이터 수집 기반 방식이 과연 올바른 방향이냐는 것에 대해 최근 회의론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공 의장은 '특화 로봇'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일례로 의료·방산 부문 로봇은 외국이 아무리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해서 (국민건강·국가안보 관점에서) 한국이 사업을 안 할 수는 없다"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로봇이 국방 분야에 적용된다', '병원이나 공장에 배치된다'는 소식"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옥석을 가리면 한국이 로봇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특히 의료 부문과 관련해 "한국은 '의대 쏠림' 현상이 있는데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전제한 뒤 "이 때문에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이 의료 분야에 있다"며 "의사들이 진료 영역을 넘어 의료 산업을 이끄는 데 공을 들인다면 세계를 압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엔젤로보틱스가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어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효과를 검증할 수 있었던 것도 연구자로서 의사들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세계 어디서도 한국과 같은 인프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KAIST 기계공학과 교수)/사진=김창현 기자 chmt@

실제로 공 의장이 나동욱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의기투합해 2017년 엔젤로보틱스를 공동 창업한 것도 이런 부문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엔젤로보틱스는 2024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최근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가 공동 선정한 '2026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고성장 기업 5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공 의장은 한국 정부의 '조율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그는 "로봇 분야 내에서 기업 간 중복 개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산업 플랫폼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거버넌스가 필요하고, '브랜드 코리아' 관점에서 로봇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며 "산업통상부 등이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미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의 수요가 반영되지 않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봤던 판타지를 자극해 만드는 로봇은 시장 창출에 한계가 있다"며 "한국의 기업·연구기관 등이 연합해 중복개발을 하지 않고 공략해야 할 시장을 잘 찾는다면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서 정부는 제조·AI(인공지능) 기업, 학계, 연구기관 등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M.AX 얼라이언스'를 출범한 바 있다. 이 가운데 'AI 로봇 M.AX 얼라이언스'는 AI·제조·부품 기업과 대학 인재 연합 등 총 260개 기관·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2030년 휴머노이드 최강국' 달성을 위해 민관이 협력해 총 1조원 이상의 투자를 끌어낸다는 목표다.

공 의장은 로봇 분야로 진로를 선택한 젊은 인재들에게는 "시류를 따르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독려했다. 그는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학생들이 높은 연봉을 제안받고 있어 물론 기쁘지만 적지 않은 기업이 이들을 진짜 인재로 대우한다기보다 '이렇게 많은 인재를 모았다'는 식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인 것 같아 나중에 젊은 세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진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사회 초년생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있는데 자칫 이런 기회를 넘겨버리고 '로봇 붐'에 휩쓸릴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과거 우리가 경험했듯 이런 열풍은 사이클이 있는 것이라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수한 학생들이 이런 시류를 타거나 타의에 의해 진로를 선택하지 말고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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