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 자원강국]<3>자원의 보고 폐자동차③'화학 공룡' 의기투합 GIC의 실험

바스프·LG화학(275,500원 ▲1,500 +0.55%)·미쓰비시화학·사빅·수에즈 등 글로벌 대표 화학사들이 참여한 연합체 GIC(글로벌 임팩트 연합)는 지난 1년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동차에 적용된 플라스틱을 어느 수준까지 재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매년 막대한 양으로 버려지는 자동차 폐플라스틱의 상업화를 위해 경쟁 관계인 이들이 손을 잡은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의 폐자동차 총 100대가 투입됐다. GIC는 이들 차량의 범퍼와 시트, 헤드램프 등 각종 부품에서 총 8톤의 플라스틱 소재를 회수했다. 차량 1대당으로 환산하면 전체 플라스틱의 절반가량이다. 회수한 플라스틱은 화학적 재활용을 거쳐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등 약 15가지 원료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결과에 GIC는 자동차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기술적 기반은 이미 충분히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찰리 탄 GIC CEO는 "가장 고무적인 결과는 기술 수준이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점"이라며 "폐차에서 회수한 플라스틱을 다시 자동차용 소재로 활용하는 '클로즈드 루프'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자동차 플라스틱 재활용의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현재보다 비용을 약 75% 이상 절감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GIC는 비용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활용 플라스틱 생태계가 일정 수준 갖춰지고 산업간 협력이 확대되면 비용을 충분히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완성차업체가 폐차에서 플라스틱을 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차량을 설계하고, 해체·분류 과정의 자동화를 확대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재활용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도 처리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재활용 시장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GIC의 설명이다. 기업들이 재활용 소재에 대한 안정적인 시장이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 비용 절감에 필요한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된다는 얘기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녹영 바스프 리더도 이에 공감했다. 최 리더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느꼈던 것은 순환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업체들이 서로 협업한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며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바스프는 관련 파트너사들과 가스화, 해중합, 용매 기반 재활용 등 다양한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 및 미래 자동차 폐기물에 적합한 선별·분류 기술에 대한 이해도 넓히고 있다.
지난 1년간 진행된 기술적 입증 결과를 토대로 GIC는 지난 4월부터 상업적 검증에 들어갔다. 발레오·재규어랜드로버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새롭게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GIC는 앞으로 1년간 밸류체인 전반의 파트너들과 대규모 상용화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관련 소재 규격을 개발하는 한편 기업들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탄 CEO는 "산업계와 정부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명확한 틀을 제시하고, 산업계가 협력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