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투표 끝에 성과급 합의한 SK하닉..'N% 성과급' 여진은 지속

김아영 기자, 김남이 기자
2026.09.16 17:10

평균 PS 세전 7억 전망…현금·자사주 지급방식 새 쟁점 부상
성과급 커질수록 지급방식 중요…투자·주주환원 균형도 과제로

SK하이닉스 노사 수정 합의안 주요 내용/그래픽=김현정

SK하이닉스 노사가 두 차례 투표 끝에 성과급 지급 방식에 합의했지만 '영업이익 N%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성과급 규모가 수억원대로 커지면서 지급 금액을 넘어 자사주 등을 활용한 배분 방식이 N% 성과급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구성원 보상과 주주환원, 미래 투자 사이에서 기업이 창출한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은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2026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재합의안' 투표에서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비율을 '현금 50%·자사주 50%'로 설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수정 합의안이 57.08%의 찬성으로 최종 가결됐다고 16일 밝혔다. 찬성표는 8731표로 반대표보다 2165표 많았다.

올해 교섭 과정에서 노사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인 부분은 PS의 지급 방식이었다.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상한을 두지 않는 기존 기준은 유지하기로 했지만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던 PS 중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자사주 지급에는 노사가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았지만 현금과 자사주의 지급 비중을 놓고 양측이 진통을 겪었다.

지급 방식을 둘러싼 구성원들의 반발은 첫 잠정합의안 도출 전부터 거셌다. 지난달 출범한 통합노조는 PS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했다. 이후 사측과 기존 노조가 마련한 1차 잠정합의안은 PS를 현금 40%, 자사주 60%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지난달 25일 전임직(생산직) 노조 찬반투표에서 불과 25표 차로 부결됐다.

이후 노사는 약 2주간 재교섭을 거쳐 현금 지급 비중을 50%로 높이고 주식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았다. 특히 재투표 과정에서 노조는 구성원 설득에도 공을 들였다. 이들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총 60여차례 설명회를 열어 제도 변경의 취지와 효과 등을 설명했다. 수정안은 첫 투표보다 7%포인트(p) 이상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어려운 과정에 함께 해준 노조와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직면하는 문제들도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익 N% 성과급' 지급 방식은 논란
SK하이닉스 2026년 임단협 주요 협상 일지/그래픽=김현정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의 배경에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성과급 규모가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약 2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는 산식대로라면 재원만 약 25조원에 달한다. 직급과 연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임직원 1인당 평균 PS는 세전 약 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성과급이 수억원대로 커지면서 논쟁의 초점도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는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1년 만에 다시 손대는 것은 노사 양측에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 역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됐다.

비슷한 시기 N% 성과급을 도입한 삼성전자 반도체(DS·디바이스솔루션)부문도 지급 수단으로 자사주를 선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협상에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전액 자사주(세후)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성과급을 모두 현금 지급하기로 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자사주 지급은 구성원 보상을 기업가치와 연계하는 동시에 주주 등 다른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현금 지급은 회사의 즉각적인 현금 유출로 이어지지만 자사주 지급은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구성원이 받는 실제 보상 가치가 달라진다. 또 성과급 지급을 위한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N%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지급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영업이익이 늘수록 성과급 재원이 함께 커지는 구조에서는 구성원 보상과 함께 R&D(연구개발)·설비투자, 주주환원 등에 활용할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선행 투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호황기에 발생한 이익을 현재의 성과 보상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중요하다.

불황기 실적 악화 시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적자 발생 시 임금의 최대 3%를 이연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흑자 시 성과급뿐만 아니라 적자 시에도 노사가 함께 책임지고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N% 연동 성과급 자체를 둘러싼 제도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기업 이익과 일정 비율로 연동하는 경영성과급을 노동조합법상 의무적 교섭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시행지침을 내놨다. 영업이익은 성과급 배분 외에도 설비투자, R&D(연구개발), 배당 등 다양하게 쓰이는 만큼 특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선 배분하도록 강제하면 기업의 경영 판단과 주주 권익을 침해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도 'N% 성과급'이 불러온 사회적 논란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자사주 지급 비중이 낮아진 것은 아쉽지만 파업 등 쟁의 행위 없이 임금 교섭을 마무리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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