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가 두 차례 투표 끝에 성과급 지급 방식에 합의했지만 '영업이익 N%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성과급 규모가 수억원대로 커지면서 지급 금액을 넘어 자사주 등을 활용한 배분 방식이 N% 성과급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구성원 보상과 주주환원, 미래 투자 사이에서 기업이 창출한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은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2026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재합의안' 투표에서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비율을 '현금 50%·자사주 50%'로 설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수정 합의안이 57.08%의 찬성으로 최종 가결됐다고 16일 밝혔다. 찬성표는 8731표로 반대표보다 2165표 많았다.
올해 교섭 과정에서 노사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인 부분은 PS의 지급 방식이었다.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상한을 두지 않는 기존 기준은 유지하기로 했지만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던 PS 중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자사주 지급에는 노사가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았지만 현금과 자사주의 지급 비중을 놓고 양측이 진통을 겪었다.
지급 방식을 둘러싼 구성원들의 반발은 첫 잠정합의안 도출 전부터 거셌다. 지난달 출범한 통합노조는 PS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했다. 이후 사측과 기존 노조가 마련한 1차 잠정합의안은 PS를 현금 40%, 자사주 60%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지난달 25일 전임직(생산직) 노조 찬반투표에서 불과 25표 차로 부결됐다.
이후 노사는 약 2주간 재교섭을 거쳐 현금 지급 비중을 50%로 높이고 주식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았다. 특히 재투표 과정에서 노조는 구성원 설득에도 공을 들였다. 이들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총 60여차례 설명회를 열어 제도 변경의 취지와 효과 등을 설명했다. 수정안은 첫 투표보다 7%포인트(p) 이상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어려운 과정에 함께 해준 노조와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직면하는 문제들도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의 배경에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성과급 규모가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약 2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는 산식대로라면 재원만 약 25조원에 달한다. 직급과 연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임직원 1인당 평균 PS는 세전 약 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성과급이 수억원대로 커지면서 논쟁의 초점도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는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1년 만에 다시 손대는 것은 노사 양측에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 역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됐다.
비슷한 시기 N% 성과급을 도입한 삼성전자 반도체(DS·디바이스솔루션)부문도 지급 수단으로 자사주를 선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협상에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전액 자사주(세후)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성과급을 모두 현금 지급하기로 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자사주 지급은 구성원 보상을 기업가치와 연계하는 동시에 주주 등 다른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현금 지급은 회사의 즉각적인 현금 유출로 이어지지만 자사주 지급은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구성원이 받는 실제 보상 가치가 달라진다. 또 성과급 지급을 위한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N%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지급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영업이익이 늘수록 성과급 재원이 함께 커지는 구조에서는 구성원 보상과 함께 R&D(연구개발)·설비투자, 주주환원 등에 활용할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선행 투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호황기에 발생한 이익을 현재의 성과 보상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중요하다.
불황기 실적 악화 시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적자 발생 시 임금의 최대 3%를 이연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흑자 시 성과급뿐만 아니라 적자 시에도 노사가 함께 책임지고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N% 연동 성과급 자체를 둘러싼 제도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기업 이익과 일정 비율로 연동하는 경영성과급을 노동조합법상 의무적 교섭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시행지침을 내놨다. 영업이익은 성과급 배분 외에도 설비투자, R&D(연구개발), 배당 등 다양하게 쓰이는 만큼 특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선 배분하도록 강제하면 기업의 경영 판단과 주주 권익을 침해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도 'N% 성과급'이 불러온 사회적 논란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자사주 지급 비중이 낮아진 것은 아쉽지만 파업 등 쟁의 행위 없이 임금 교섭을 마무리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