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정유사 첫 손실보전 연말로?..원가기준 빼고도 쟁점만 100개

최고가격제 정유사 첫 손실보전 연말로?..원가기준 빼고도 쟁점만 100개

박한나 기자
2026.09.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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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 최고가격제./그래픽=윤선정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그래픽=윤선정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10차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유 4사에 대한 첫 손실 보전은 6개월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휘발유·경유·등유의 내수 판매분에 들어간 비용만 가려내야 하는데다 원가 인정 범위를 둘러싼 세부 쟁점만 100개 안팎에 달해 기준 마련부터 시간이 걸리고 있어서다. 정부가 확보한 4조2000억원의 예비비가 연내 집행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만큼 첫 정산은 연말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9차례에 걸쳐 시행하고 있지만 정유사에 대한 손실 보전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미국과 이란간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분이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의 가격 상한선을 정하는 제도다. 정유사는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 이상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할 수 없는 대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사후에 보전받는 구조다.

시행 차수별로 보면 △1차(3월13~26일)는 리터(L)당 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등유 1320원 △2~6차(3월27일~6월26일)는 각각 1934원·1923원·1530원 △7차(6월27일~7월24일)·8차(7월25일~8월21일)·9차(8월22일~현재)는 각각 1784원·1773원·1380원의 최고가격이 적용됐다. 정부는 이번 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10차 최고가격을 결정할 예정이다.

정산위원회는 지난 3월13일부터 6월30일까지를 대상으로 첫 정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산이 늦어지는 것은 손실 보전의 큰 원칙을 정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손실액을 '원가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원칙은 이미 고시에 명시돼 있다. 현재 쟁점은 '원가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여부다. 원유 구입비뿐 아니라 판매관리비 등 개별 비용을 정산 대상 원가에 포함할지, 포함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를 하나씩 결정해야 한다. 검토해야 할 세부 쟁점만 100개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석유제품의 생산 구조가 복잡해 원가를 단순 계산하기 어렵다는 점이 정산 작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와 경유뿐 아니라 나프타, 항공유 등 여러 제품이 동시에 생산되지만 최고가격제가 적용되는 제품은 휘발유·경유·등유 3종뿐이다. 이들 제품에 투입된 원가만 별도로 추려내야 하는 셈이다.

내수와 수출 물량도 구분해야 한다. 정유사들은 생산한 석유제품 상당량을 수출하고 있지만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대상은 국내에 판매된 휘발유·경유·등유다. 이에 따라 수출 제품 생산·공급에 들어간 비용이 손실 보전 원가에 포함되지 않도록 분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정유사마다 회계 시스템과 비용 처리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같은 자료를 요구하더라도 특정 정유사의 회계 시스템에서는 해당 형태로 자료를 추출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회사별 자료를 어떤 기준으로 통일할지도 조율하고 있다. 이에 정산위는 정유사들이 어떤 자료를 어떤 양식으로 제출해야 하는지를 담은 '자료 제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고 정유사들은 이달 말을 기한으로 자료를 제출 중이다.

결국 첫 정산 규모는 늦으면 12월 초에서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정산위는 내달부터 손실액 산정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올해 안에 첫 정산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정부가 손실 보전을 위해 올해 예비비로 확보한 4조2000억원을 연내 집행하지 않으면 해당 예산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산이 향후 최고가격제 운영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실적 등을 이유로 손실 보전을 포기할 경우 향후 유사한 제도가 시행될 때 손실 보전 원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황이 나쁠 때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 손실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적용될 선례라는 점에서 이번 정산 기준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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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박한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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