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롯데를 키웠나? 신격호 일가 국민지원 돌아봐야

오승주 기자
2015.08.04 16:48

[우리가보는세상]롯데 성장, 국민 지원도 한 몫해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창업기는 한 편의 신화다. 1941년, 19살 나이로 당시 면서기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간 신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합쳐 총 매출 89조원(한국 83조원·일본 5조70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그룹을 일궜다.

신 총괄회장은 1949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등장하는 '샤롯데'의 이름을 빌려 일본 롯데를 설립한다. 1966년 고향 한국에 진출하며 25년 만에 금의환향했다.

한국인들은 신 총괄회장이 만든 껌을 씹고, 초콜릿을 먹고 자랐다. 롯데가 세운 백화점에서 옷을 사 입고, 야구단 롯데자이언츠 성적에 때로는 환호를 때로는 탄식을 하며 살았다.

한 때 유행했던 '연예인의 하루'를 롯데에 적용시켜도 무리가 없다. 롯데건설이 지은 아파트에 살면서 롯데칠성음료가 만든 캔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롯데마트에서 산 식재료로 아침을 먹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음료수를 사 들고 지하철을 탄다. 점심 식사 후에는 엔젤리너스 커피를 마시고, 퇴근 후 회식에서는 롯데 클라우드 맥주와 처음처럼 소주를 섞은 '폭탄주'로 하루를 마감한다.

이런 롯데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가족 간에 '겐페이갓센'(源平合戰)을 벌이고 있다. 1180년부터 6년간 이어진 겐페이갓센은 일본 역사에서 사무라이끼리 서로 갈려 맞붙은 대규모 전쟁이다. 한 쪽이 죽어야 다른 한 편이 사는 처참한 대결이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서로 갈려 골육상쟁을 벌이는 와중에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신 총괄회장이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다시 한국에 진출해 매출 89조원의 대기업을 일군 배경에는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누나, 할아버지의 땀과 눈물이 서려있다는 점이다.

할아버지·아버지는 롯데를 천직의 일터로 여기고 청춘을 바쳤다. 지금도 어머니들은 롯데가 설립한 마트에서 땀을 훔치며 일하고 세븐일레븐에서는 10-20대 청년들이 밤을 새워가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 직원은 13만명(정규직 9만5000명)이다. 하청업체까지 더하면 적어도 30만 명 이상이 롯데그룹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딸린 가족까지 계산하면 100만 명이 롯데와 관련돼 있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반석에 세운 롯데그룹을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과 능력으로 재계5위까지 이른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롯데그룹 삼부자가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풀뿌리처럼 뒤를 받친 서민의 땀이 녹아 있다. 이번 경영권 다툼을 보면서 총수 일가는 '누가 롯데를 이만큼 키워줬나'에 대한 고마움은 생각지도 않은 듯해서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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