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형제 분쟁이 100일을 넘겼다. 두 사람의 갈등은 7월28일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8월 들어 경영권 분쟁은 격랑에 휩쓸렸다.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뜻은 자신에게 있다'며 부자간 일본어 대화 동영상과 후계자 확약서 등을 공개했고, 이에 맞선 롯데그룹 측의 반박이 이어졌다.
형제간 싸움은 흥미진진했다. 신 전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실책이라고 제기한 중국 1조원 투자 손실 의혹, 93세 고령인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둘러싼 건강 공방, 양측으로 나뉘어 진행된 신씨 일가의 집결 등은 웬만한 재벌 소재 드라마보다 손에 땀을 쥐는 얘깃거리를 제공하며 긴박하게 흘러갔다.
한 달여 진행된 경영권 분쟁은 8월17일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로 마무리된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이 내놓은 사외이사 선임과 지배구조 개선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되면서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한국에 SDJ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10월8일 신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2라운드'가 재점화됐다.
2차전은 형제간 싸움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신 전 부회장 측의 신 총괄회장 집무실 접수와 이에 대한 롯데그룹의 업무방해 혐의 고발,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한 양측의 기싸움, 고령의 신 총괄회장을 앞세운 '효자 전쟁' 등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되면서 '사생결단'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을 처음부터 지켜본 솔직한 심정은 '짠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막 나가자' 정도가 아니라 같은 뿌리에서 나고 자란 한쪽 형제가 쓰러지기를 바라는 양상이다. 형(신동주)은 동생(신동빈)이 너무 욕심을 내 아버지(신격호)가 정해놓은 후계 계승권을 빼앗아 갔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 모습이다. 동생은 형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버지가 물러나게 한 '심오한 뜻'을 모르고 뒤늦게 다시 '롯데의 주인'이 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재산이 넉넉지 않은 필부의 집안에서도 재산 싸움은 다반사다. 하물며 한일 양국을 합쳐 100조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는 롯데그룹의 형제간 분쟁이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래도 이제는 서로 마음을 다잡고 화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듯 싶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보면서 조조의 아들인 조비와 조식의 고사를 담은 '칠보시'가 떠오른다. 콩깍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콩은 솥 안에서 운다/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거늘/ 어찌 이토록 다급하게 달여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되었는고.
오는 15일이 신격호 회장의 94번째 생일이라고 한다. 아버지 생일을 기점으로 삼부자가 만나 화해의 길을 모색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