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에 총수 일가 자제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한화그룹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세째 아들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이 면세점 태스크포스팀에 합류했다. 김 과장은 22일 63빌딩에서 열린 '갤러리아 면세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지난 10월 한화건설에 입사해 경영에 참여한 뒤 공식 석상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지난달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두산그룹도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 전무가 면세사업을 지휘한다. 박 전무는 두산이 면세사업권을 따낸 직후인 11월30일자로 두산 사업부문 유통전략담당 전무로 임명됐다. 박 전무는 두산이 면세 사업권을 획득하기 전부터 전략수립 등에 참여했다. 두산은 내년 7월 동대문 두타(두산타워)에서 면세점을 연다.
신세계도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면세사업을 지휘한다. 신세계는 향후 5년간 530억원을 투입해 개점 첫해 매출 1조5000억원,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수 자제들이 앞다퉈 면세업에 발을 담그는 이유는 불경기에도 매년 30% 이상 성장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시장은 2005년 2조2500억원에서 올해 8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도 '아직은 파란불'이다.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613만명에서 올해 메르스 영향으로 6.4% 감소한 574만명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16년 690만명, 2017년 79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관광객이 증가하면 면세점 매출도 덩달아 커진다. SK증권은 면세점 매출이 2016년 10조원, 2017년에는 11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세계그룹이 개점 첫해 목표를 1조5000억원으로, 두산과 한화가 각각 5000억원으로 잡은 것도 산술적으로 무리는 아니다. 면세사업에 뛰어든 기업 오너 입장에서는 자제들의 능력을 보여주는데 이만한 사업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면세의 저주'가 자제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28일 문을 여는 한화의 여의도 63빌딩 면세점은 면세점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한다는 해외명품 유치를 이뤄내지 못했다. 내년 오픈 예정인 두산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1980년 국내 최초로 면세점 시장을 개척하고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롯데면세점의 아성도 두텁다.
한국에 오면 반드시 들린다고 하는 중국인들의 롯데면세점을 향한 발걸음을 신규면세점이 얼마나 돌려세울 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면세업은 생각외로 위험부담이 있다. 모든 물품을 직접 사들여 파는 사입구조이기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으면 거액의 물품을 용도폐기해야 한다.
오너가 자제들이 부모의 후광을 입고 뛰어든 면세업을 한낱 경력쌓기로 치부하지 말고,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