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되돌아보면 잘못된 판단이었다. 상품권 의존도가 너무 컸다는 게 문제였다. 빨리 벗어나야 했는데..."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국회에 출석해 진땀을 뺐던 구영배 큐텐 대표가 이틀 뒤인 이달 1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재무 상태가 부실한 회사를 인수해 무리하게 운영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구 대표는 "티몬이 위메프보다 (인수 전부터) 모든 부분이 나빴다"고 시인했다.
양사 재무 현황을 봐도 티몬은 인수 전 자본잠식 상태였던 위메프보다 위험했다. 애초에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다. 큐텐이 티몬을 인수하기 직전 3개년 매출은 4564억원인데, 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회사가 들인 각종 비용을 비롯한 매출원가는 6969억원으로 매출의 1.5배에 달했다.
구 대표는 "우리가 들어가서(인수해서) 효율화시키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큐텐 인수 이후 티몬의 재무 상태는 더욱 악화했다. 2022년 티몬의 매출은 1205억원인데 매출원가는 이보다 2.26배 높은 2731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채 규모는 자산의 6배가 넘는 7848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 4월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지난해 감사보고서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2022년 말과 비교해도 재무 상태가 훨씬 나빠졌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구 대표의 패착은 과거의 성공에 집착한 측면도 있다. 그는 "GMV(전자상거래 업체 총거래액)이 1조면 성장은 줄이고 효율화시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제 신념"이라고 했다. 2005년 G마켓이 연간 GMV 1조원을 돌파하며 옥션을 제치고 업계 1위가 된 '경험'이 20년이 지난 현재 '신념'으로 자리 잡은 것. 구 대표 스스로 '레거시(유산)의 함정'이라고 밝힌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처럼 잠재 리스크가 있는 외형 성장 전략이 여전히 이커머스 업계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 손실을 감내하며 각종 할인 프로모션을 남발하고 거래액만 키우려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내실있는 경영보다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에 관심이 큰 업체도 있다. 자칫 '제2의 티메프' 사태를 촉발할 수 있는 뇌관이다.
정부는 이번 위메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커머스 업계 건전성 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이커머스 업체의 판매자 대금 정산 기한을 대규모 유통업자(40~60일)보다 짧은 수준으로 설정하고, 이커머스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에 판매대금 별도 관리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마련한 만큼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 이번 사태로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은 셀러와 소비자에 대한 현실적인 구제 방안,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인 약 1000명의 티메프 임직원의 고용 불안 문제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