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
24일 오전 6시30분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한림수협위판장에서 채낚기 어선으로 잡아 온 갈치 경매가 끝나자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승어업(긴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낚시를 달아 수산물을 포획하는 것) 방식으로 잡아 올린 갈치에 대한 경매를 시작한다는 알림음이었다.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경매를 원하는 중도매인들이 갈치 상자를 둘러싸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갈치잡이는 통상 낚시방식으로 조업하는 채낚기와 연승어업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연승어업 방식으로 잡는 갈치가 씨알이 굵고 어획량도 더 많다고 한다.
경매에서 좋은 물건을 확보하지 못하면 하루 장사를 망치는 탓인지 중도매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고 날카로웠다. 취재를 하러 온 낯선 이방인의 모습에 "앞에서 방해하지 말고 나오라"며 소리치는 중도매인도 있었다.
중도매인들이 다 모이자 붉은 옷을 입은 경매사가 한 쪽에 있는 갈치 상자를 가리키며 "영원호 33미 18개라 18개라"를 반복해 외쳤다. 영원호라는 배에서 잡은 갈치인데 한상자에 갈치 33마리가 들어간 상자가 18개가 있다는 의미였다.
경매사의 신호가 떨어지자 중도매인들은 저마다 들고 있는 후다판(경매판)에 숫자를 적어 경매사에게 내보였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적은 사람이 낙찰되는 방식인데 영원호에서 잡힌 33미 갈치 18박스는 11만9000원을 적은 창해수산에 낙찰됐다.
낙찰된 상자에는 창해수산이라고 적힌 딱지가 붙는다. 문성익 창해수산 대표는 "어획량이 줄어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 상자에 26만원까지 올랐고 그제도 한상자에 14만원에 샀다"며 "오늘은 어획량이 많아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제주 경매장에서 낙찰된 갈치는 당일 세척과 손질을 거쳐 항공기에 실린다. 소비자가 이날 오후 1시까지만 주문하면 당일 제주 위판장에서 낙찰받은 생물 제주 갈치가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으로 이송돼 전국의 쿠팡 물류망을 통해 소비자의 집으로 배송된다는 얘기다.
매일 새벽 경매장에 나온 제주산 수산물을 항공기로 이송해 다음 날 새벽배송하는 것은 전국 물류망을 구축한 쿠팡으로서도 처음 하는 도전이다.
문 대표는 "온라인 판매는 택배로 배송되는 시간이 길어 냉동 갈치만 취급할 수 있었다"며 "쿠팡의 물류 시스템 덕에 생물 갈치의 온라인 판로가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약 4년 전부터 경북 포항 과메기, 충남 태안의 새우 꽃게 등을 소비자들이 주문하면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새벽 배송되는 산지 직송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유통단계가 대폭 줄어 소비자들은 신선한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됐고, 농어가는 쿠팡을 통한 온라인 판로가 열려 안정적 소득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호응이 높았다.
그 덕에 2019년 경북 포항(과메기·오징어 등)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수산물 판로를 확대한 데 이어 전남(갈치·참조기), 충남 금산(인삼), 경북 성주·의성(과일·쌀), 경남 남해군(문어·뿔소라·석화·멸치 등)과 차례로 손을 잡았다.
전국 각지에 산지 직송 서비스를 구축한 이후 남은 곳은 제주였는데, 배로는 새벽 배송이 불가능해 이번에 항공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쿠팡은 최근 제주도청과 수산물 판로 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부터 예약주문 형태로 일주일에 두 번 새벽 배송하는 형태로 시범운영을 하다가 이달 1일부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회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일요일은 현장 경매가 없어 주 6회로 운영된다.
현재까진 항공 직송 운영 안정화를 위해 하루 300개 상품 정도로 제한하지만, 항공 직송 서비스가 안정화된 8월부턴 하루 500개로 상품 취급 한도를 늘릴 계획이다. 추후엔 일일 취급량을 1000개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쿠팡은 항공 직송을 위해 김포공항행 비행기에 하루 3톤(t) 정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뒀다. 문 대표는 "향후 갈치뿐 아니라 옥돔, 뿔소라 등으로 품목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9년 문을 연 창해수산은 쿠팡을 통해 온라인 판로를 확보한 뒤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수산물 포장 가공 공장을 2곳 더 늘렸고 직원도 15명 더 채용했다.
지난 한 달간 쿠팡을 통해 판매한 갈치 매출은 누적 3000만원 정도. 향후 하루에 700~1000개까지 상품을 취급하게 되면 월 매출은 2억5000만원에서 3억원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는 "사업이 커질 것을 대비해 공장 2개를 추가로 매입했다"며 "직원도 최근 15명을 더 뽑은 데 이어 추가로 15명은 더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