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지역별 매출 성장세가 가장 높았던 지역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다. 최근 2년새 3배 이상 매출이 급증했다. 영국 등 유럽에서 '라네즈' 등 주력 브랜드가 현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고성장한 영향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유럽 사업을 이끄는 이준식 유럽 RHQ 법인장(상무)(사진)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현재 라네즈를 필두로 한 자사 스킨케어 브랜드들이 유럽 시장에서 자리잡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한국 기업 중 가장 먼저 프랑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K뷰티 열풍을 준비해온 아모레퍼시픽의 성과는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콧대높은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에서 국내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건 아모레퍼시픽 덕분이다. 이 법인장은 "과거엔 한국 화장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선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과 혁신적인 제형과 성분 등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호평을 받고 있고, 연령대도 넓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럽 내 최고 인기 브랜드는 라네즈다. 지난 2분기 유럽 내 세포라(화장품 유통사)에서 전체 스킨케어 브랜드 중 3위에 올랐다. 영국에선 현지 편집숍인 '스페이스(Space) NK'에서 스킨케어 부문 3위, '부츠(Boots)'에선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밤 사이 입술 각질을 녹여주는 '립 슬리핑 마스크'와 함께 립밤과 틴트, 립글로스 효과를 한 번에 주는 '글레이즈 크레이즈' 등 주력 제품이 입소문이 나면서다.
특히 영국의 성장세는 눈에 띄었다. 지난해초 법인을 설립했는데도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이 법인장은 " 라네즈는 영국 시장에서 이미 소비자 4명 중 1명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단 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며 "브랜드 전략과 현지화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단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인기 브랜드 코스알엑스 역시 유럽에서 대표 상품인 '스네일 뮤신'을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과 이달 파리와 런던에서 각각 진행한 현지 팝업 행사엔 각각 1000여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유럽 사업에서 유통과 판매에만 집중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가면서 팬덤을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현지인은 물론 해외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라네즈의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연게 대표적이다. 영국 소비자들이 주력 제품 패키지 디자인과 색상을 활용한 공간에서 제품을 발라보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면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사였다. 이 법인장은 "일부 K뷰티 브랜드들의 경우 매우 빠르고 공격적으로 채널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한 충분한 투자없이 확장에만 집중하면 충성고객을 만들기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모레퍼시픽 유럽 법인의 목표는 신규 시장 개척이다. 이를 위해 최근 중동 지역 내 유력 유통사들과 브랜드 포트폴리오 및 진출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법인장은 "영국 중심의 채널 다변화, 북유럽과 동유럽 시장 진출 등으로 신규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성장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중동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