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이제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엑스(X·옛 트위터)에 깨끗한나라가 5월부터 '100원 생리대'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앞서 생리대가 너무 비싸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에 깨끗한나라가 100원짜리 생리대를 내기로 한 걸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이다.
그러나 3일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전쟁은 깨끗한나라에게 예상치 못한 악재로 다가왔다. 전쟁 여파로 나프타(납사) 수급 차질과 원자재 비용 인상 등으로 제품 생산비가 크게 올라서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는 비닐과 플라스틱 등 생필품 전반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데 생리대에도 이게 들어간다. 깨끗한나라는 국민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다음달 100원짜리 생리대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비용부담이 더 커질 것을 걱정한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상승 탓에 고민이 많다.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원가상승 등 '워플레이션'(War+Inflation)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원가상승 부담에 가격을 올렸다가 정부 지적에 곧바로 내린 사례도 있다. KCC는 중동사태로 페인트에 필요한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상승하자 6일부터 가격을 10~40% 인상하려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페인트업계 담합 조사가 이뤄지자 계획을 철회했다.
라면·식용유·과자·베이커리 등 최근 가격인하에 나선 농심과 롯데웰푸드, 대상, 오리온 등 기업들도 걱정이 많다.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인하에 동참했지만 수입물가 등이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쟁 이후 원재료값이 많이 올랐다"며 "제품을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커머스업계도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배송에 필요한 비닐, 박스 등 포장재를 만드는 중소 제조사에서 원재료 수급 문제로 가격 인상을 통보한 곳이 있다"며 "포장재 재고가 수 개월치 있지만, 후속 물량을 받을 때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인 대형마트, 균일가 전문점 등도 대체 공급선 확대와 수입품의 달러화 외에 현지통화 결제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패션, 뷰티 업계에서도 중동 전쟁 이후 원가 인상 압력이 높아졌다. 한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일부 패키징 벤더 업체에서 약 20% 가량 가격 인상을 안내했다"며 "상반기 유통 물량은 대응 가능한 수준이나 전쟁이 길어지면 포장재 수급 이슈가 불거지고 비용 인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한 화장품 제조사 관계자는 "당장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준은 아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원재료와 포장재 등의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